왼쪽 자극과 다시 적응하기 사이, 그 어딘가에서 #38

길랭바레증후군,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

by 밍밍한 밍

○ 2023년 4월 둘째 주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한다. 4월 첫째 주 토요일 외출 건으로 인한 코로나 검사. 오래간만에 쑥 들어오는 검사키트에 코가 찡~ 하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후 코로나 검사는 많이 해봤음에도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그 찰나의 고통이란.

음성이면 따로 결과를 알려주지 않고, 양성이면 알려주겠다는 간호병동의 안내. 음성이겠지 뭐~

검사결과에 대해선 따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후문.


더불어 계란 하나를 가져다주시는 간호사 선생님.

매일 아침마다 모든 병동의 라운딩을 하는 간호부장이 부활절 맞이로 주고 가셨다며 계란 하나씩 노나 주셨다.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다.

KakaoTalk_20230706_210233189.jpg 부활절 기념 계란




수동자전거를 돌리던 중, 왼쪽 엉덩이에도 자극이란 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왼쪽 엉덩이의 자극이 드디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 셈. 어디 가서 이야기할 곳도 없어 속으로 거듭 감탄한다.


'오! 엄청 신기해! 여기 왔을 때 모토메드를 돌렸을 때 보다 오른쪽 엉덩이에만 자극이 엄청 들어가었는데, 드디어 왼쪽에도 자극이 느껴지기 시작하다니!'


하지만 자극이 들어오는 건, 그냥 들어오는 것일 뿐. 힘을 쓰는 건 또 다른 영역의 것이다.
보바스테이블에 매달려 두 다리를 붙여 다리를 뒤로 들어 올린다. 다리를 붙여 올리는데, 오롯이 오른쪽 엉덩이만 힘을 쓰고 있는 느낌이다. 한 술 더 떠, 왼쪽은 자극이 들어오는 건가? 싶을 만큼 자극이 들어오지 않는다.

옆으로 누워 다리를 올릴 때도 매한가지. 오른쪽 다리는 잘 올라가는 반면, 왼쪽 다리는.. 어.. 찔~끔 올려지는 시늉만 하고 툭 떨어진다. 자세를 약간 수정하여 클램쉘 동작을 해본다. 엉덩이에 자극이 와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내전근에서 많은 보상작용이 일어난다. 결국 내전근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와 동작을 멈춘다.


'왼쪽 엉덩이야. 너는 일을 하긴 하니? 농땡이 피우면 어떡하니?'


평행봉을 잡고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는 중에도 자극은 들어오지만 여전히 힘은 쓰지 못하는 게 느껴진다. 오른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릴 때면, 왼발이 버텨주질 못해 오른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심지어 틀어진다. 심지어 허리를 끌어다 오른 다리를 올리는 느낌도 상당하고, 몸도 틀어지는 등 뭐 하나 제대로 기능하는 게 하나 없다.
아! 왼쪽 허벅지가 튼튼하게 버텨주고 있긴 하지만, 이건.. 그렇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손에 5kg 아령을 하나씩 쥔 채 데드리프트를 수행한다. 하지 힘이 버텨주질 못하다 보니 당최 가동범위가 나오질 않는다. 깨작깨작거리는 수준? 조금 더 욕심이 나 가동범위를 늘리려는 찰나, 바로 허리에 부담이 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8개를 꾸역꾸역 채우고 있을 때, 결국 무게를 버티지 못한 몸이 푹 주저앉아 버린다. 아니 10개도 못 채운다고??


"아.. 선생님 저 자존심 상해요."

"아니 자존심 상해하실 게 아니에요~ 예상보다 진짜 잘하셨어요. 혹시 등이나 허리는 괜찮으세요?"

"조금 뻐근하긴 한데, 쉬면 나아질 거 같아요."

"불편하시면 바로 말씀하세요. 풀어드릴게요."

"네. 감사합니다."

통한의 덤벨 데드리프트를 마치고 거의 열흘 남짓 만에 밸런스볼에 올라가 본다. 열흘 동안 다른 운동을 열심히 했으니, 좀 더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어본다. 이 망상에 가까운 희망은 밸런스볼에 발을 딛는 순간 비눗방울 터지듯, 톡 터져버린다. 되려 오랜만에 올라오는 밸런스볼이라 균형을 새로 잡고 있는 시간을 갖는다.


"밍님, 오랜만에 밸런스볼 올라와보시니까 어떠세요?"

"다른 운동 열심히 하니까 하지 근력은 좀 더 붙었을 거 같아서 쉬울 줄 알았는데, 밸런스볼에서 균형 잡는 걸 몸이 다 잊어버렸나 봐요. 처음 올라가는 기분이랑 큰 차이가 없네요."

"아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그래도 몸이 기억해 둔 게 있어서 이전보다 더 빠르게 적응하실 거예요."


치료사의 말마따나 다시 올라갔던 그 처음이 가장 힘들었고, 이후론 밸런스볼을 처음 접했을 때에 비해 적응하는 시간이 짧아지더라. 신비한 인체의 세계.




치료실에 나 말고 비명을 지르는 다른 사람이 생겼다.

햄스트링이 매우 짧아진 것처럼 보이는 환자. 오후 한 타임에 나를 담당해 주는 치료사가 이 환자의 다리를 스트레칭하는데, 환자의 고통에 찬 비명이 치료실을 가득 메운다. 비명이 끝남과 동시에 들리는 치료사의 한 마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래요?"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보는 입장에선 재밌더라. 특히, 그 환자가 느낄 고통이라는 걸 뭔지 잘 알기에 더 웃음이 난다. 또 다른 희생자가 생겼군. 잘 알지, 저 고통과 능청스러움.




목요일 즈음부터 감기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주말에 아주 단단히 걸렸다. 감기약을 복용하고 밥을 먹고 있는 와중에도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식은땀이 난다는 건 면역체계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 돌아오는 월요일이면 다 나을 거란 뇌피셜을 굴리며, 얌전히 이불에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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