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려면

by 새벽뜰

정오 무렵, 아기와 산책을 하며 바람을 느끼고 햇살을 만났다. 가을바람 치고 꽤 거셌다. 아기 목에 두른 머플러를 반복적으로 여며 주었고 신나게 걷느라 코 밑으로 내려오는 마스크도 수시로 올려 주었다. 나 아닌 사람에게 정성을 쏟고 사랑을 부어 보다니, 이런 나의 모습은, 아직도 여전히 , 너무나 낯설기만 하다. 내가 엄마라니, 이런 나의 역할도 아직 믿어지지가 않을 때가 있다.


이른 시간 기상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힘들긴 하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듯 느껴지는 어색함은 많이 줄었다. 출근하는 남편에게 잘 다녀오라 손을 흔들면 아기는 내 손을 잡고 현관 앞까지 가 아빠에게 힘차게 손을 흔든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 눈만 쏙 나와 웃는 남편을 배웅하면 나의 하루는 시작이 된다. 커피포트에 올려 둔 물이 요란하게 끓으면 머그잔에 물을 붓고 상쾌하게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나의 커피 한 잔에 앞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기에게 따뜻한 우유를 주는 일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부터 거의 사라졌다. 나 하나 잘 살면 되던 시간은 옛것이 된 것이다. 갓 처음엔 180도 달라진 나의 시간 패턴과 방향 전환에 적응하느라 굉장히 힘들었다. 나의 시간이라는 말을 떠올릴 여유는 하나도 없었다.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꼭, 대형 프로젝트를 혼자 도맡은 신입사원 같았다고나 할까. 잘하고 있는 건지, 이게 맞게 하고는 있는 건지 고민과 상념과 죄책감에 빠져 속도가 붙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돌아볼 틈도 없이 달려왔더니, 놀랍게도 나를 에워싼 시간들의 색깔은 휘황찬란하게 변해 있었다. 수정되지 않은 그림처럼 엉망이면 어쩌나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나를 감싸는 시간들은 휘황찬란했던 것이다.





너와 함께 걷던 길 / 2021.10. 11





나에게 집중된 채로 사는 시간이어야만 가능할 줄 알았다. 나를 어른으로 만들고 마음 키를 한 뼘, 두 뼘 자라게 하는 힘 말이다. 공허할 줄 알았다. 나를 빼놓은 채 살아가는 나의 시간 말이다. 하지만 돌아보니 나를 빼고 살아온 나의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을 살던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꽉 채워져 있단 걸 알았다. 주어진 나의 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다 보면,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인 듯, 좋아하는 감정들의 조합을 선물처럼 주는 것 같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을 성실하게 즐기면 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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