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쭉 펴서 나열해보면

by 새벽뜰

의지와 상관없이 사주를 보게 됐다. 사람이 여럿 모이면 목소리가 작은 사람과 자기주장을 확실히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은 물살에 떠밀리듯 휩쓸려 몽땅 따라 끌려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꼭 내가 그랬다. 어쩌면 아주 조금은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낱낱이 수면 위로 떠올릴 만큼 대단히 좋은 건 없을 것을 미리 알았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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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란 게 그렇다. 모두 좋은 것도 없고 모두 나쁜 것도 없다. 간혹,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싶게 신이 내린 사주가 있긴 하지만 그건 보편적이 될 수 없고 아주 , 극히 드문 일이므로 부럽지는 않았다. 신경 쓰이는 부분도 있고 참 좋은 부분도 있지만 괜히 봤다 싶게 안 좋은 부분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니까. 그래서 그 불편함을 덮어줄 만큼 더 좋은 부분을 기억해 위로받고 수고를 칭찬해 주기로 했다. 내 인생에 아주 힘든 시절이 있었다는 것, 이 부분에선 사실 약간 놀라웠다. 그래 , 그랬었지 하면서 또 지난날을 회상하는 습관을 부리려던 찰나, '나의 시간엔 힘든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힘든 시기는 모두 끝났다!'는 말이 그 와중에도 그렇게 좋았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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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사주 본 것에 대한 많은 후회를 다 덮어버릴 수가 있었다. 기약 없는 시간은 마음을 초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나는 늘 불안했던 것 같고 내 시절에 또 어둠이 다가올까 싶어서 마음을 놓지 못했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가장 좋은 것만 기억에 걸러서 남기면 그냥 다 좋기만 한 거다. 이제 끝났다는 게 중요하다. 이왕이면 좋은 것만 믿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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