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못한 길은 늘 궁금 투성이

by 새벽뜰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그림을 잘 그린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미술강사로 오래 일을 했던 건 단순히 좋아서였다. 글과는 달리 그림은 색을 입힐 수 있었고 연필이 지나가는 대로 곱게 그려지는 선들의 조합이 매력 있었다. 무수히 많은 선들이 모이면 큰 나무가 되기도 했고 아름다운 집이 되기도 했으며 벤치가 되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많이 그렸던 그림은 숲이었다. 나무가 있는 집, 강이 흐르는 숲, 그런 류의 그림에 항상 마음이 갔고 손이 갔다.




황경신, 그림 같은 신화




네가 그림을 했으면 유명 해졌을 텐데, 네가 그림을 했으면 아마 성공했을 거야. 그 말을 들었을 때, 내 길에서 한 번도 세운 적 없던 표지판을 느닷없이 만난 기분이었다. 이미 오래전 다른 길로 걸어왔고 나는 그래서 돌아갈 수 없는 어떤 지점에 섰는데 말이다.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다시 처음부터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 진이 빠지는 거다. 그 많던 열정과 자신감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사랑은 모든 사물에 적용이 된다



보통보다 좀 나은 글솜씨, 보통보다 좀 나은 그림, 내가 생각한 나의 실력은 그냥 딱 그 수준이라는 걸 나는 세월이 흐를수록 인정하게 된다. 어딜 가나 어중이는 힘든 법이다. 아예 잘하려면 잘하고 못하려면 못해야 속이 편하다. 포기도 아깝고 기대도 아프다. 어중이보다 좀 나은 나는 그래서 더 서글펐던 적이 많다. 포기는 더 아까웠고 기대는 더 아팠다.


그림을 좋아했다, 글을 사랑했다. 그림이 있는 글이거나 글이 있는 그림은 나의 모든 꿈과 로망을 한대 묶어놓은 유토피아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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