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은 나뭇가지에 걸어두면 된다

by 새벽뜰


정호승 -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감싸는 공기가 외로움으로 무장하고 있을 때엔 오히려 외롭다는 느낌을 부인했었다. 그런데 나를 감싸고 흐르는 공기가 포근하여 안락하다 싶은 순간이 오니 문득 외롭다는 감정이 쑥 하고 올라왔다. 삼시세끼 끼니를 잘 챙긴 사람처럼 든든한 마음임에도 부러뜨린 엿가락 사이로 난 구멍처럼 숭숭 바람이 드나드는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바람이 차갑지 않고 미지근한 봄바람 같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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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바람처럼 마음을 흔들 때마다 나는 오히려 기분이 좋다. 진짜 살아 있다는 느낌과 내가 열심히 살다 잠깐 멈춘 사이에 밀려드는 감정인 것 같아 왠지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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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조금씩, 정리가 되는가 보다. 많이 단단해진 나를 느끼니까. 하지만 쉬이 마음을 놓거나 자만하지는 말자.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언제 변할지 모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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