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시계를 봤다. 똑딱거리면서 쉴 새를 모르고 돌아가는 시곗바늘은 늘 항상 저렇게 바쁘다. 건전지가 똑-하고 떨어지면 거짓말 같이 멈추겠지. 아니, 아니다. 그렇더라도 촛침이든 시침이든 둘 중 하나는 제자리걸음 하듯이 계속 앞으로 가려고만 하더라.
다시 돌아온 나의 메리 크리스마스가 사실 특별할 건 없었다. 아니, 아니다. 솔직히 굉장한 변화와 놀라움의 연속선 상에 진행된 새로운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아기가 부쩍 커 이제는 제법 말도 잘하고 의사소통도 가능하게 된 기적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 좀 '다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정말 꼬물일 땐 여전히 남편과 나 둘만의 시간 같다는 생각을 곧 잘했던 것도 같다. 물론 전혀 오붓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만큼 , 우리 아기는 강력한 아우라를 풍겨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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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나오며 밟아봤던 마음속 발자국을 돌아보는 일은 따지고 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었다. 이리 밀리로 저리 밀리는 바람에 늘 핑계에 뒷전이 됐던 것뿐이지. 어쩌면 그 시간들을 돌아보기엔 내가 그 시간들을 담담히 바라 볼 자신이 없어 회피했던 건지도 모르고. 아마도 후자일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나는 분명 잃은 것이 많다. 하지만 잃어서 얻은 게 더 많다고 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고 아쉬울 것도 없다. 처음엔 잃은 것들이 너무 소중하다 믿었다. 그래서 현실을 부정도 했지만 그건 너무 철이 없는 , 철부지 같은 생각이었다는 걸 언제부터 깊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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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새하얗게 눈이 내린 것처럼 그동안 이러쿵저러쿵 시끄럽고 짓이겨져 더럽혀진 내 마음 위에도 새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여서 따뜻해진 느낌이다. 요즘 나는 매일 정오 무렵 또는 늦은 저녁시간 '오늘의 감사'라는 주제로 열 가지 정도의 짤막한 문장을 쓰고 있다. 그야말로 잊고 있던 내 일상 속 감사함을 적어 보는 것이다. 이렇게나 많은데 난 그동안 눈에 안개가 씐 것처럼 좋음과 감사를 못 보고 살았구나 했다. 나에겐 벌써 서른 가지의 감사함이 있다. 곧 배스킨라빈스 31 아이스크림보다 몇 배는 많은 감사를 찾게 되겠지.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