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번의 계절들

by 새벽뜰

문득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평가란 걸 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열심과 성실을 다해 살아온 삶에 인사고과도 매겨보고 10점 만점 총점에 과연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 나는 항상 나에게만큼은 인색했다. 인색하기 짝이 없어 상대방이 놀라움을 금치 못 할 정도라면 말 다했지 않나. 하등 쓸데라곤 없는 생각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몹시도 밝은 빛에 화들짝 놀랐던 게 한두 번이었어야 말이지. 객관적 지표로 나를 돌아봤을 때, 올 한 해 나는 정말, 몹시도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며 살았다. 우선 소질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던 육아에 영혼을 바쳤다. 재능이라도 있으면 요령이라도 부리지, 나는 육아에서 만큼은 재능이니 소질이니 하는 게 전혀 없었다. 이런 사람이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 이건 순전히 나의 사랑스러운 아기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매일 죽을 둥 살 둥으로 해낸 육아였다. 작년엔 커서 입히지도 못한 많은 옷들이 일 년 만에 대부분 작아져 입히지 못할 정도로 아기는 성장했고, 이젠 마주 앉아 장난치며 일방적 의사소통과 생떼인 부분이 훨씬 많긴 해도 아기는 행동으로 표정으로 몸으로 우리와 분명한 대화도 가능해졌다. 그래, 누군가의 말처럼 , 나의 희생으로 나의 아기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나에게 10점 만점에 꽉 찬 10점에 덤으로 인센티브 듬뚝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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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나에게 다가 오려는 사람들에게 친절하려 노력했다. 사소한 문자메시지, 메일들에 시간은 걸릴지언정 답신을 하지 않은 적도 없다. 읽기만 하고 답장을 하지 않는 게 얼마나 마음 상하는 일인지 나도 무척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관계의 유지를 위해 애썼고 좋은 사람들을 위해 노력했다. 오늘 알고 내일 남이 될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에게 뭔가를 묻거나 다가온 사람에겐 늘 최소한이라도 답을 줌으로 예의를 지켰다. 나의 시간을 쪼개어 그들을 배려한 건 내가 잘 한 선택이었다.



나에게 너무 후한 점수를 주었나 싶어서 다시 점수 깎아 먹기를 하려고 드는 지나친 겸손을 가장한 습관적인 인색함을 나는 단번에 제압해 버리고 커피를 마시려 한다.


올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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