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

by 새벽뜰
그림. 이연



사람이 사람을 만나면 묻게 되는 말들이 있다. 진부한 안부에서부터 밥은 먹었어? 요즘 어떻게 지내? 그다음엔 여름 햇빛을 맞으며 선 그림자처럼 꼭 붙어 따라다니는 말, 잘 지내?라는 말이 그렇다. 잘 지내?라는 말을 혼자 조용히 곱씹다가 매운 음식이 목에 걸려 식겁한 사람처럼 울게 되는 날이 있다. 원하는 걸 얻지 못해 속상하고 억울한 세 살짜리 아기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우는 울음이 아니라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눈주름을 타고 흐르는 촉촉한 무언가를 하품인 양 감추며 재빨리 훔치고 마는 수줍은 울음이다. 이상하지, 아무도 없는데 눈물 그까짓 것쯤 흘리면 어때서.


눈물을 얼른 훔치는 가짜 이유 뒤에 숨은 진짜 이유는 잘 지내냐 물어오며 나를 포근히 위로해주던 따뜻한 사람의 부재가 소나기처럼 갑자기 마음에 퍼부어 난감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운다고 하여 부재중인 감정이 제 발로 내게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시는 오지 못한다는 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다시 만나 사랑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다치고 쓰라린 하루를 보낸 마지막 밤 끝에 서로를 향해 퍼부어주던 응원과 격려와 수고를 한 번만 더 나눌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움의 잔여 감정인 것이다. 잘 지내냐 물으면 잘 지낸다 말은 하겠지만 머릿속은 아마 복잡해질 거다. 이젠 남이 된 지 너무도 오래되어 길을 가다 모른척해도 서운한 감정 같은 건 절대 느껴선 안 되는 사이가 된 사람에게, 문득 잘 지내냐 묻는다면. 답을 기다리는 1분의 시간은 마치 100분처럼 길게 느껴질 테고 공백으로 채워지는 시간을 견디려 손가락을 가만 두지 못할 테니까.


외로움이 등 뒤로 길게 드리워지는 날이 오면, 그림자가 유난히 선명해지는 여름밤 가로등 앞에선 기분이 되면 식상하기 짝이 없는 안부 한 마디에 마음이 왈칵 뭉클해지곤 한다. 잘 지내냐는 가벼운 말 사이엔 묵음 처리된 수많은 말들이 빽빽하고 무겁게 박혀 있다.




잘 지내?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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