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부른 나의 이름

by 새벽뜰
naver movie 김종욱찾기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 새 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中>


유난히 이름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특별한 호칭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다. 세상에 같은 이름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사람은 절대 없다는 건 불변의 진리니까. 그렇게 의미부여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그이기 때문이고 그녀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름을 들어도 그인 것처럼 그녀인 것처럼 자동 반사되어 기억하게 되는 것은 그만큼 마음속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는 뜻이다.

메신저로 이야기를 주고받다 우리는 통화를 하게 됐다. 전화를 한다는 건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것과 다른 색의 설렘이 있었다. 걸려 온 전화를 가만히 보았다. 설렘을 오래 즐겨보고 싶어서였다. "여보세요?"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참 좋았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더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부르는 나의 이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인 것처럼 귓가에 들렸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내 이름인데 그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만큼은 내가 나인 게 좋아 바삭한 햇살에 말린 빨래처럼 뽀송뽀송한 기분이 됐다.


기억한다는 말은 과거를 들추어 봤다는 말과 같다. 지나간 것은 어쩔 수 없이 시간에 묻혀 버리니 꺼내 보려면 어쨌든 헤집어야 하는 것이다. 잘 묻어둔 기억을 파헤치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막상 꺼내놓아 흐트러뜨리고 나면 좋음과 나쁨이 나름대로 버무려져 보기 좋은 풍경 그림처럼 남게 된다. 물론 그의 목소리로 듣던 내 이름보다 그의 메시지에 적힌 내 이름에 더 설렜던 적도 있다. 그가 불러준 내 이름은 그것이 활자가 되었든 소리로 변환되었든 모두 좋았던 거다. 특별할게 전혀 없는 두세 줄의 안부였다. 틈틈이 꺼내 몇 번이고 되뇌어 읽었던 건 그만큼 나에게 큰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테이블 위에 올려진 꽃다발이었다. 지인의 것이었는데 문득 그 자리에 멈춰 가만히 내려다봤다. 꽃다발에 끼워진 명함엔 그와 비슷한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다. 참 오랜만에 되뇌는 그를 닮은 이름이 나는 참 반가웠다. 그의 이름이 이렇게나 흔한 것이었나 하면서도 남자 이름치고 참 예뻤지 하면서 , 나는 그냥 해바리처럼 환하게 웃어 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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