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아닌 사이

by 새벽뜰
아트모션. 아름다운 시간



이별을 마음먹고 나누는 대화들은 무의미하다. 두 사람이 모두 동의한 이별이라면 무의미하더라도 좀 덜 막막한 기분이 되지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다거나 일방적인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라면 세상이 거꾸로 뒤집히는 것처럼 어지럽고 속은 메슥거리고 울렁거린다. 사랑이 다가올 때처럼 헤어짐도 불쑥 찾아온다. 그래서 벼락처럼 떨어져 내리는 감정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이별을 하더라도 하루, 이틀, 한 달 그리고 일 년 즈음이 지나면 덧난 상처도 그럭저럭 아물게 된다. 아직은 아프고 들추면 딱지가 떨어져 나가서 피가 번지기도 하는, 좀 어정쩡한 시간인 건 맞지만 처음보다는 낫고 살다가 보면 더 단단히 굳어져 어떤 충격을 받아도 괜찮아지는 덤덤한 흔적이 된다.


깊은 밤은 매일 찾아 오지만 그중에도 유난히 속 깊은 밤이 찾아와 옛 감정을 건드리는 날이 있다. 아프지는 않지만 결코 담담할 수만은 없어 뒤늦은 이별을 맞이한 사람처럼 혼란스럽다. 이별이 그랬다. 하고 싶은 말이 한 겨울 폭설 맞은 눈처럼 쌓여 있어도,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을 조여 오도록 많다 하더라도 그냥 잘 지내라는 말이 전부여서 그 이별은 너무도 담담한 게 되어 버린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의미 없는 농담을 주고받고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사람인 것처럼 행복해 보여도, 결국 내 마음이 찾고 있는 건 나와 이별을 했고 아직 하고 싶은 말도 온전히 다 전해 주지 못한 그 사람인 걸 알고 나면 또 그 폭풍 같은 감정을 감당해야 하는 거다. 사랑을 폭우처럼 쏟아지게 했든 소나기처럼 짤막하고 강렬하게 했든 상관없이 사랑은 그냥 사랑이고 아름다운 행위다. 그래서 늘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거다.


괜찮아 라는 말을 구간 반복해놓은 가사처럼 중얼거리다 보면 마지막엔 왜 괜찮지 않아 라는 말로 끝이 났다. 이별을 떠올려도 마음이 평온해져 음미할 수 있을 것 같을 때, 이별이 농담 같아져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면 그때야말로 담담한 이별이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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