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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뜰 Jun 06. 2023

한 번은 묻고 싶던 밤

처음 보는 사물을 볼 때 우리는 묻는다. 이건 뭐야? 라거나 이건 뭐 할 때 쓰는 거야? 그럼 그 말을 듣거나 그 사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사람은 서슴없이 답을 내려준다. 그렇게 얻어진 물음에 답은 너무 정확해서 두 번 물어볼 것도 없이 한 번에 머릿속에 각인된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일 더하기 일은 이이고 내 이름은 무엇이며 이 노래의 제목은 이러이러한데.라고 정의 내려지는 것이다.


함께 보낸 시간이 짧든 길든 나눈 이야기가 많든 적든 도통 몰라서 답답한 문제들은 인간관계에서 꼭 한 두 가지씩 있다. 그것은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아서 그런가 보다 또는 그렇지 않을까 하고 가늠만 해 볼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수도 없으니 반드시 당사자에게만 답을 들을 수 있는 거. 그게 바로 속마음이라는 거다. 어떤 밤은 사무치게 궁금했다. 그 사람의 나를 향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 중에 하나여서 예의를 갖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특별함이 있어서 조금 더 마음을 얹어 표현해 주었던 것인지. 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보다는 특별한지 아닌지 내가 그들과 다른지 아닌지 독보적인 존재임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었다. 그것만 알 수 있어 확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면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이라고 하여도 포기하지 않고 간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현실은 언제나 마음을 막아서는 장애물들로  가득했다.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서  좋다고 해도 아닌 것처럼 입을 꾹 다물고 아무것도 아닌 감정인 흘려보내야만 했었다. 꼭, 한 번은 물어보고 싶던 밤이었지만 물어볼 수 없는 감정이란 것을 알고부터 그 답을 들으려면 나의 마음을 먼저 꺼내 보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알려고 내 마음을 먼저 열어 보여야 한다는 건 너무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고 유지되고 있던 관계마저도 끝이 날지 모른다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한 번은 물어보고 싶던 밤이 수시로 찾아왔던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머물다 는 시간도 짧았다. 아마도 그건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이란 걸  이미 잘 알아서 마음이 먼저 체념이란 걸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었던 적은 정말 한 번도 없었다. 간직할 수 있는 만큼 간직하고 볼 수 있는 만큼 보고 싶었다.


한 번쯤 , 그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밤. 물어보지 못하는 대신 하고 싶은 말들이 구름처럼 모여 마음을 가득 채우던 날. 무슨 일이 있어도 잊지는 말아 주세.  가슴을 가득 채우는 말이었다. 내 마음에 남은 말들은 언제나 같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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