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썼다

by 루담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썼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대단한 작가도 아니고, 유명한 블로거나 인플루언서도 아니었다.


그냥 하루하루를 견디다 보면,


마음속에 쌓이는 것들이 있었고,


그걸 꺼내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서 글을 썼다.


조용한 내 개인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마다


조금은 부끄럽고, 조금은 기대했다.


누군가가 봐줄까? 내 마음을 알아줄까?


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마음보다 더 컸던 건


나에게 남기고 싶었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오늘도 존재했다.’


그 작은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쓴 글이 '나에것이기에 나에 저작물이다는 걸


누군가 무단으로 가져가면 문제가 된다는 것도.


그저, 세상 어딘가에 나를 닮은 조각 하나를 남긴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낯선 블로그에서 익숙한 문장을 발견했다.


나였다.


한 줄 한 줄, 숨결 하나까지도.


그런데 내 이름은 사라져 있었다.


내가 쓴 문장,


내가 살아낸 감정의 조각들은,


다른 누군가의 '자기소개'가 되어 있었다.


처음엔 웃었다.


‘아, 내 글이 좋았나 보다.’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나였구나.’


자조 섞인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내가 남기고 싶었던 ‘흔적’이,


이름 없이 부유하는 먼지가 되어버렸다는 걸.


사람들은 말한다.


“인터넷에 올렸으면 퍼가는 것도 감수해야지.”


“요즘 시대엔 공유가 기본이지.”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감수할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나는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해 글을 쓴 게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존재를 남기기 위해 쓴 것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저작권'이라는 단어를 찾아봤다.


처음에는 좀 어려웠다.


'권리', '보호', '법적 절차' 같은 말들이 낯설었다.


하지만 금세 깨달았다.


이건 거창한 법조문 이야기가 아니라,


**‘존재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라는 걸.


내 글이 복사되고,


내 흔적이 다른 사람의 소유물이 되어버리는 건,


내 존재 자체를 가볍게 여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걸 막을 수 있는 게 바로 저작권이었다.


나는 거창한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를 견디고,


내 안에 남은 무언가를 단어로 남기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그 작은 글에도


내 시간과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걸,


누구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썼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그 흔적에도 내 이름이 필요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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