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가 쏘아올린 작은 별
올 겨울엔 두 번이나 별을 보러 갔다. 뭘 먹었다 하면 동이나고 뭘 했다 하면 대박이 난다는 화사가 기어코 별을 보러 간 장면이 티비에 나왔고, 하필 그걸 남편이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 별보러 가자고 했던 날은 미세먼지가 많다못해 ‘최악’인 날이었다. 게다가 별 관측장소에 도착할 시간을 가늠해보니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의 끝물이었다. 날도 춥고, 별은 무슨 별, 싶은 마음도 들고. 그런 저런 이유를 대며 다음을 기약할 생각이었는데, 별 보러 가자는 아빠의 말에 이미 눈에 별을 박아넣는듯 초롱초롱해진 아이를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화사가 갔다는 곳은 사람이 많을까봐 괜히 겁이 나서 도전하지 못하고, 검색중에 새로 알게된 또 다른 별구경 핫플레이스로 가기로 했다. 바주카포같이 생긴 거대한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고, 캠핑의자도 챙기고, 추우니까 롱패딩도 입고 출발했다. 사실은 가기 귀찮았으면서, 가는 길에 음악도 성실하게 골라 틀었다. 적재의 별보러 가자는 너무나도 당연한 선곡.
별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차를 타고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도 괜히 낭만적으로 보였다. 별을 보러 가는 가족이어서 조금더 다정한 사이가 된 것 같았다. 괜히 장난스러운 말투로 아이와 농담을 하고, 셋 모두 조금씩은 너그러워진 마음을 장착한 기분.
관측장소 근처에 가면 라이트를 꺼야 한다. 그것이 원활한 관측을 위한 무언의 룰이다. 도착하자 화사의 힘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별구경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늘 있어왔던 건지 몇 무리의 사람들이 있었다. 이미 각오했던 것처럼 별은 보이지 않았고 다만, 아빠에게 나이키 신발 사고싶댔는데 동대문시장 보세신발매장으로 끌고가서 당당하고 우렁차게 자 여기서 비슷한 걸 골라봐라 하셨을 때 신발가게 아저씨가 나를 보던 난감한 표정을 한, 달이 떠 있었다. 꿈뻑꿈뻑, 학생이 찾는 그거는 아니겠지만은 이것도 좋아 학생, 사이즈가?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을 먹었다. 냄새나서 민폐일거라는 나와, 아이 괜찮아 하는 남편과, 근데 나는 밖에서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던데 하는 딸래미. 셋 중 둘이 원하니 내가 졌다. 가로등이 없어 주변이 어두우니 소리에 더 민감해지는 느낌이었다. 약간의 경사가 진 길이라 걸음걸음에도 긴장이 됐다. 그런 생경한 긴장이 묘한 즐거움을 줬다. 서툰 나, 어색한 나, 바짝 긴장한 나. 그리고 그런 나여도 괜찮은 곳.
돌아오는 길에서부터 아이는 잠이 들 때까지 좋았다, 참 좋았다, 또 가자, 또 갈거지?를 반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히 준비하고 갔던 두번째 방문에선 쏟아지는 별을 눈으로 보았지만, 내 아이폰 xs는 별을 담지 못했다. 우와, 우와, 하면서 별을 보고 돌아온 아파트 주차장에서 괜히 하늘을 쳐다보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꽤 많은 별이 떠 있었다. 거기서도 보이고 여기서도 보이면 굳이 갈 필요 없겠는데, 하는 말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가는 한 시간 반, 오는 한 시간 반.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을 빼앗기지 않고 꼼짝없이 생각하고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별이 주는 진짜 선물 같아서. 또, 거기 가서 할일 되게 없는 백수마냥 목 아프게 하늘을 쳐다보면서 와아 별이다, 하는 시간이 이상한 평온함을 준다. 겨울철 별자리 정도 공부하고 가면 더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가 않다. 그냥 모를래. 그냥 몇 번이고 몇 십번이고 모르고 서툴고 어색할래. 갈 때마다 우와 별이다아 우와아아 되게 많다 우와 세볼래! 어디부터 셋는지 까먹었다 우와아아.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