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일찍일찍 다녀"
"너도 이제 내일모레 서른인데 얼른 시집가야지"
"건강이 제일이야. 그래서 체중관리는 하고 있니?
"내가 어쩌다가 니 아빠 같은 남자를 만나서 이 고생을 하나 모르겠다."
29살 오뚝이는 오늘도 엄마의 잔소리와 하소연을 배경음악 삼아 저녁을 먹는다.
'엄마, 나 오늘 회사에서 너무 힘들었어. 잔소리는 내일 마저 하면 안 될까?'
라고 부드럽게 코너링을 하며 들이받고 싶었지만
오늘도 그냥 꾹 참고 애꿎은 멸치볶음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내가 유일하게 눈싸움을 하는 상대는 잔멸치.
국물용 멸치도 아닌 잔멸치가 나의 유일한 만만한 상대다.
'아, 방을 구할까.'
마음속으로 조심스레 외치는데 갑자기 엄마가 한마디 툭 던진다.
"시집가기 전까지는 그냥 여기서 살면 좋겠는데"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진심을 내뱉어버렸나?'
순간 정수리부터 엉덩이골까지 오싹해지며 식은땀이 주르륵 흐른다.
'내 머릿속까지 꿰뚫고 있는 엄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엄마, 나는 엄마랑 오래오래 화목한 모녀 사이가 되고 싶어요. 그러니 잔소리는 부디 오늘 말고 내일도 말고 토요일에, 낮잠 푹 자고 정신이 말짱하게 돌아왔을 때 마저 해주세요.'
29살 오뚝이는 오늘도 엄마에게 하고픈 얘기를 마음속으로 혼자 연습해보며 오뚜기 3분카레를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