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인적 드문 버스정류장이 하나 있다.
열 집도 안 되는 시골 동네에 한 시간에 한 대씩 오는 버스가 잠시 쉬어가는 종점
일요일 새벽 6시
왠일인지 일찍 잠에서 깨어 정처없이 동네를 걸어보기로 했다.
유난히도 쌀쌀한 가을 새벽 바람에 잠바 지퍼를 올리며
사람 없는 그 정류장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다.
잠시 쉬어가려 엉덩이가 시리도록 찬 간이의자에 앉는데
어디선가 하얀새가 날아와 내 오른발 옆에 앉았다.
그 새와 나 사이에는 어색하면서도 편안한 고요가 감돌았다.
'너가 새라서 참 다행이야. 우리 사이에는 억지스러운 미소도 가식적인 인사도 필요 없잖아'
그렇게 평화로운 정적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자기 새를 감싸고있는 공기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새가 잠이 들었나?
하늘을 보고 누워 기지개를 켜다가 미동도 없다.
만난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잠깐 한눈 판 사이에 하얀새는 그렇게 떠났다.
내 오른발 옆에 누워 있지만, 어디론가 가버렸다.
버스정류장도 하얀새의 몸뚱이도 내 마음도 텅 비었다.
혹시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고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여기까지 날아온 걸까
혼자서 그 외로운 시간을 버티는 게 얼마나 두려웠으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군가의 온기가 필요했나 보다.
이렇게 허무하게 이별할 줄 알았다면
억지스러운 미소라도 지어볼 걸
가식적인 인사라도 건네볼 걸
나는 뒤늦게 하얀새에게 속삭였다.
"안녕. 반가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