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Don't Get Me 넌 날 이해 못 해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

by 정릉밈씨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인테리어 브랜드의 자컨에 나오는 'You Don't Get Me'라는 문구를 보고 다름을 인정한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흔히 방송에서 패널들이 커플이나 부부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라고 하였는데 예전의 나는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나 생각했다. 말이야 쉽지 진짜 어렵다. 사람들은 내 방식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어 다른 방식을 틀렸다고 생각하고 한 소리를 하거나 굳이 상대의 방식을 자기 방식대로 바꾸려고 한다.


나는 결혼하면서 정말 잘 살아보려고, 부부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라 했으니까 꼭 인정하리라 결심했는데.. 막판에 입 밖으로 표현만 안 하고 있을 뿐, 마음속으로 '쟤는 왜 저러지. 머리가 좀 나쁜 것 같아. 멍청이인가?'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전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친구와 전 남편과 셋이 카페에서 커피타임을 가지고 있었을 때, 테이블 위로 떨어진 스콘 가루를 실시간으로 치우는 나를 보며 내 친구에게 하는 전 남편 말,

"저런 모습 보면 정말 답답해요. 다 먹고 치워도 되는 거잖아요."


예전에 회사 회식에서 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혹시 AB형이신가요?"

하하. 뭔가 나의 행동거지와 자신의 행동거지가 다르다고 느낀 것 같은데, 자신의 행동거지가 옳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과 다른 나에게 '넌 나와 다르니까 이상한 사람이야'를 AB형이라 칭하며 굳이 말로 전한 것이다. 그런 표현방식을 빌리자면 내 눈엔 너도 AB형으로 보여요.


회사 얘기를 하자니 또 다른 에피소드도 생각난다. 나는 기획자로서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 작업서 작성 시 디자인에 대한 의견을 최소한으로 작성하고 기획 내용의 목적, 의도, 이유를 작성하는 데 비중을 두는 스타일이다. 입사한 지 일주일 되었을 무렵이었고, 따로 참고할 만한 문서도 없었던 상황이라 기존의 내 스타일대로 디자인 작업서를 작성해서 디자이너에게 전했다. 그 문서를 보자 실무자도 아닌 디자인 팀장이 내게 와서 말했다.


"이런 얘기 좀 조심스럽지만 실력이 부족하신 것 같아요. 내부 디자인 산출물 보셨나요? 디자인적으로 챙겨야 할 내용이 안 적혀있는데요."


요청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실무자가 내게 와서 요청하면 되는 것이고, 추후 작업서를 작성할 때 해당 디자이너 스타일에 맞춰 작성해 주면 그만인 것을 팀의 리더까지 찾아와서 뭐라는 거람? 입사한 지 일주일 된 사람에게 내부 스타일과 다르다고, 네가 틀렸다고 하는 것이다.


팀장급이 나를 먼저 건드린 것이기에 나도 내 팀장님을 통해 응수하기로 했다.

"디자인 팀장님께서 하신 말씀들은 전부 디자인에 관한 내용인지라 기획자가 미처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전문가인 디자이너가 챙겨서 알려주면 되는 것입니다. 제가 디자인 팀장에게 디자인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고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 제가 그분 밑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지 왜 기획자를 하고 있나요? 어떤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적으면 업무 영역을 침범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대학교를 다닐 때 꼬박꼬박 히잡을 쓰고 늦은 오후마다 본관 로비에 카펫을 펼치고 어딘가를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하던 유학생을 보며 도대체 남의 나라에 와서까지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외국에 나가서 보면 한국인 관광객들도 식당에서 꼭 본국에서 싸온 김치와 고추장을 꺼낸다. 그러면 처음부터 한식 레스토랑을 가던가, 돈 들여 해외에 나와서까지 한식 레스토랑을 방문하기가 뭣하면 철저하게 양식을 먹던가, 이게 웬 셰프에 대한 비매너람? 그리고 한국에 있는 외국인들이나 외국에 있는 한국인들이나 이 말을 반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저는 원래…."


사람이란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타인에게는 보수적인 모양이다. 그래도 입사 일주일 만에 나와 디자인팀이 설전을 벌인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초장부터 서로 건들지 말아야 할 부분을 알았으니까. 나와 내 전 남편은 그런 게 없었다. 말싸움의 형태라도 서로 대화를 잘 하지 않았다. 뭐 그건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다른 여자가 있었던 그의 원인이 더 크지만 이만 말을 줄인다.


koreanhouse.jpg

마지막으로 사진 하나 첨부한다. 설치 미술가 서도호의 <Bringing Home>이라는 작품이다. 성북동 한옥이 영국 리버풀 길거리에 떨어져 문화의 '다름'으로 비롯된 충돌을 상징한다. 리버풀 거리 사람들 입장에선 처음엔 저게 뭐야 싶다가도 매일 보다 보면 낯섦은 없어지고 점차 익숙해져 가겠지.


내가 생각하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이해는 못 하더라도 익숙해져 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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