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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릉밈씨 Mar 17. 2023

You're My No.1

 일본은 오랜 경제 선진국으로서 좋은 음악과 뮤지션과 환경을 갖추고 있고, 꽤 양질의 음악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런 일본이라는 국가를 부러워하며 일본의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 여전히 즐기고 있기에 다 큰 지금도 주말에 일본 예능을 보면서 이런저런 콘텐츠를 접하고 있는데, 어느 날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관심이 가는 예고편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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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뽕 중의 뽕은 국뽕이라고 방송 당일 해당 방송을 안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방송은 K-POP에 꽤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3명의 음악계 종사자 게스트와 함께 진행이 되었고, 그들은 일본 데뷔 기준 1997년에 데뷔한 1세대 S.E.S.부터 한창 주목을 끌고 있는 4세대 New Jeans까지 각 세대별 특징, 콘셉트, 음악성, 기획사별 양성 과정, 팬덤 문화까지 심도 있게 다루었다.


 몇 가지 인상에 남는 부분이 있는데 한국어가 일본어 후리가나가와 한글 자막이 붙어 발음되며 한국어 발음 그대로 소개된 것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안무 → アンム’, ‘직캠 → チッケム’, ‘(작곡가) 250 → イオゴン’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한글 단어 그대로 소개가 되었다. 언어가 그대로 소개되었다는 것에서 일본에서의 한국이라는 국가의 포지션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K-POP에만 있는 독자적인 문화를 소개한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직캠, 쌀화환, 홈마 문화 등이 소개가 되었는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독자적인 문화의 하나로 '차트의 다양성'을 꼽았다는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방송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통일된 기준 없이 각 방송사가 독자적인 권위를 가지고 연말 한 해를 되돌아보며 방송사에 공헌도가 큰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 가수, 예능인 등에게 시상을 하는 것을 꼽는다. 각 방송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음악 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한 주에 한 번씩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만의 잣대로 음악 성적을 매기고 특정 가수에게 유리 덩어리를 내밀며 1위 트로피를 시상한다. 트로피를 받은 가수는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노력에 대한 보상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 기뻐서 흘리는 눈물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어려서부터 나는 이런 음악 프로그램의 행태가 싫었다. 미국은 빌보드 차트, 영국은 U.K. 차트 등 다른 나라는 모두가 합의하고 인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공신력을 가지고 음악 성적을 매기는 통일된 하나의 차트가 있는데, 심지어 가까운 나라 일본도 오리콘 차트라는 게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게 뭐람? 음악 좀 한다면서 역사가 있는 차트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어린 맘에는 부끄러웠다. 그런데 재미로 시청하던 일본 방송 한국 걸그룹 특집에서 한 게스트가 우리나라의 이런 음악 차트 행태를 '차트의 다양성'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이 뒤집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차트의 다양성이라니..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중엔 나야말로 너무 한 가지 잣대만 고집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맞다. 각자 좋아하는 음악, 가수, 취향이 다양한데 다방면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트들을 한 가지 기준으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것은 잔인하지 않는가? 공신력이 있건 없건 즐기고 싶은 대로 즐기면 되는 거다. 누군가에게 듣는 음악으로서, 보는 음악으로서, 아티스트가 하나의 모델로서 기쁨을 주었다면 1위 가수인거다. 이걸 타국의 방송을 보면서 깨닫는다. K-POP을 즐기는 타국의 사람들을 보며 나 또한 새로운 시선을 배운다. 즐거운 교류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방송에서 유명하지 못해 리스트업에서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중소기업 출신 한중일 합작 1세대 걸그룹의 데뷔곡을, 멀고도 가까운 아시아의 더욱 깊은 친목을 기원하는 마음과 함께 나 자신 피셜 이번 달 차트 1위로 주장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Circle [Sweetest Love] (1998) ▶ https://youtu.be/4p6GqaIM0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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