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마음을 담은 한 잔의 봄

한국 근대 수필 산책 2

by 김태진

따뜻한 차 한 잔 위로
계용묵의 수필 〈진달래〉가 피어오릅니다.
마주 앉은 작가와
붉은 꽃잎을 띄운 찻잔을 사이에 두고
봄을 나누는 듯한 오후.


진달래는

단순히 봄을 여는 꽃이 아니었지요.
세속의 먼지를 피해
조용히 산을 물들이는 고결한 빛,
그 마음을 그는 술잔에 띄워
마시고 싶다 고백했습니다.


1939년, 일제강점 29년째.
창씨개명과 조선어 폐지의 압박 속에서
그가 노래한 것은 꽃이 아닌
민족의 품위였을 것입니다.

꽃잎 한 장에 시대를 거스르는
자존의 기상을 담아낸 시적 저항.

한 모금 마셔보면
속세의 소란이 멀어지고
마음 한편이 은은히 붉어집니다.

아, 그래서였구나—
계용묵이 진달래 마음이 되고 싶다
말했음을 고개 끄덕이게 됩니다.


오늘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계절을 훑고
벚꽃 인증샷을 남기기에 바쁘지만,
진달래처럼 스스로 빛나는 품격,
차 한 잔으로 마음을 물들이는 여유는
여전히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를 스치는 이 빛 한 줄기에도
진달래가 피어 있을까요.
그 고운 붉음이
촉촉한 위로가 되어
입술을 살며시 적셔 주는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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