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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sy Jun 16. 2023

불편한 진실들 3.

애쓰고 살 거없다.

하나 물어봅시다.

죽으면 다 끝인데 뭐 그리 열심히 삽니까?

이왕 사는거 열심히 살자, 폼나게 살자, 의미있게 살자, 이런 겁니까?


하긴, 나도 비슷합니다.

한때는, 어쩌면 지금도, 고통없이 즐겁게 사는게 인생의 주요 목표니까요.

그런데 '고통없이' 사는 것도 은근 노력이 많이 필요하더군요. 작은 목표인줄 알았는데.


덥지 않게, 춥지 않게 체온 유지하고, 배고프지 않게 제 때 음식 섭취하고, 질병에 걸리지 않게 위생에 신경 쓰는게 당연해 보이지만 이것만도 꽤 많은 비용이 듭니다.

사실 버는 족족 대부분은 '고통없이' 사는데 써버립니다.


여기에 더해서  '즐겁게' 살려면 얼마나 노력과 비용이 들까요?

지난 일주일을 되돌아 보세요. 즐겁게 산 시간이 몇 시간이나 되는지. 즐겁게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애초에 즐겁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게 좀 웃기는 소리 아닙니까?


상황이 이런데 '행복하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죠.

개인적으로 꽤 오래전에 '행복'은 떠나보냈습니다.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진즉에 이별했죠.

행복과 이별하고 나니, 다른 이별도 그렇지만, 속은 편하더군요. 잘가라, 행복!!


완전히 고통없이 사는 건 너무 힘드니까, 조금 고통스럽게, 가급적 고통스럽지 않게로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즐겁게 살고 싶은 욕구는 포기할 수 없으니, 가끔이라도 즐겁게로 수정!

겨우 이정도를 목표 삼고 열심히 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으면 끝인데 뭐 이리 열심히 살지? 누가 성적 체크해서 큰 보상을 해 줄 것도 아닌데.


아! 열심히 살다보면 끝내주는 인생이 될 수 있다는 희망 비슷한 거 가지고 계십니까?

한강 조망의 99평 아파트와 람보르기니 스포츠카, 물론 마트용 승용차는 별도입니다.

여권만 챙겨서 떠나는 해외여행, 아르망디 샴페인과 수영장 파티,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거 전부다!

그럴 수 있죠. 가능해요.

그런데 죽자고 노력했는데 그 비슷한 것도 못 해보고, 바쁘고 아끼고만 살다가 너덜너덜해져서 죽는다면 어쩔 겁니까?

보통 정석으로 지킬 거 다 지키면서 노력만 죽자고 하면 그렇게 됩니다. 꽤 높은 확률로.

 

오늘도 길을 걷다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 차는 영원히 타보지 못하겠구나. 저런 아파트에서는 결국 못 살아보고 죽겠구나.


뭐, 가능성은 남아있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니까요.

갑자기 대박이 터지는 거죠.

장난삼아 넷에 올린 웹소설이 수백만 조회수를 타면서 드라마로 영화로 제작되면서 억대의 저작권료가 들어오거나, 세상을 저주하며 악담을 쏟아낸 유튜브 방송이 백만 구독자를 모으고... ㅋㅋ

됐습니다. 꿈은 그만 꾸렵니다. 이제 상상도 잘 안되네요.


그냥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렵니다. 이런 세상에서 적당히 먹고는 살아도 떼돈벌고 성공할 재주는 없는 거죠.

또, 포기합니다. 그런 욕망과 이별하는 거죠. 절대 물욕이 없는 경지에 오른게 아닙니다.


애쓰고 살아봐야 애쓰는 만큼 손해만 커지는 것 같습니다.

괜히 애쓰다가  내게 할당된 조그만 행복 마저 놓치는게 아닐까요?

그리고 몇 안되는 운좋은 놈들, 혹은 사악한 놈들이 우리가 애쓰면서 포기한 '작은 행복'을 죄다 끌어 모아 엄청난 사치를 누리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의 행운을 빌겠습니다.

그리고 난,

더는 애쓰고 살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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