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자유의지에 대한 단상
인간의 자유의지는 과대 평가돼 있다.
우리가 순수한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아니 무엇이었나?
과거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 모든 것은 내 선택이 아니다.
아, 이렇게 말하면 쉬우려나? 그 모든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차고에 클래식카로 둔갑한 타임머신이 있다고 해도, 나는 단 하루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후회가 없다는 게 아니다. 어찌 후회가 없겠나?
다만, 과거로 돌아가도 내 선택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선택이 바뀌지 않는다면 똑 같은 인생을 한번 더 살게 될 것이고, 그러한 것은 매일이 똑같은 감옥과 다를게 없다. 이른바 단조로운 일상의 감옥이다.
니체 같이 뛰어난 사상가는.. -아쉽게도 훌륭한 인격자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몇 번이고 좋다. 생이여 다시 한번!" 이라 외치며, 삶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라고 했지만...
그건 여기저기 기쁨이 널려 있을 때 얘기 아닐까?
매일 무슨 기쁨이 있을까 고민한다.
하고 싶은 것 중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누가 들으면 대단한 성취를 이룬 것 같지만, 사실 이 말은 동어반복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했으며 곧 할 것이다)
희망이 없으니 기대가 없고, 기대가 없으니 꿈이 없다.
어제가 그랬듯이 오늘도 그러할 것이고, 내일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일이 다르지 않는게 낫다. 만약 다르다면 그건 뭔가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리하여 내게 모든 시간의 맛은 똑같다.
이미 생(生)이 선사한 감옥을 반복해서 매일 살고 있다.
밀란 쿤데라 선생님이었나? 사는 건 괴롭지만, 존재는 행복하다고...
"뭐래?"
존재가 대체 뭐기에 행복하다는 것이냐?
혹시라도 아는 분이 있으면 간단하게나마 설명 좀 해주시라.
하지만 누구도 응답하지 않을 것이다.
신이 그렇듯이.
응답하지 않으니 신이 없다고 믿듯이.
"God give me a re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