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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sy Jun 05. 2024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 보셨나요?

파스칼 메르시어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의 삶을 바꿔 놓은 그날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시작됐다."

멋진 소설은 언제나 멋진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 일은 잘못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됐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을 읽을 때도, 그래 이렇게 시작해야지! 생각했다. 




출근길을 서두르던 라이문트는 우연히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려는 빨간 코트의 여성을 발견한다.

엉겁결에 그녀를 구하고 자신의 강의실로 데려간다. 

그러나 그녀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사라지고, 빨간 코트만 남았다. 


빨간 코트 안에서는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조그만 책이 발견되는데, 첫 문장부터 라이문트의 영혼을 집어 삼켰다.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 중 아주 작은 일부만 경험한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될까?" 


책의 출처를 찾아 오래된 책방에 들리고, 그 책방에서 빨간 코트의 여인이 책을 구매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그리고 책 속에서 열차표 하나가 툭 떨어지는데.. 리스본행 기차표였다. 

자기도 모르게 기차역으로 향한 라이문트는 빨간 코트 여성을 기다리지만 오지 않고, 기차가 출발하자 대신 기차에 올랐다. 


그리하여 라이문트는 생각지도 못하게 그의 인생을 바꿀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탑승했다. 


멋지다! 이런 식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탈 수 있다니.. 심지어 리스본은 가보지도 못했는데.. 


1시간 50분의 영화를 홀린듯 쳐다보고 나서, 제레미 아이언스는 늙어서 더 멋있다는 생각과 리스본을 가보고 싶다는 충동만이 남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우리는 어떤 곳을 떠날 때 우리의 일부를 남기고 떠난다. 

떠나더라도 그곳에 머무는 것이다.

우리 안에 있는 어떤 것은 그곳에 돌아가야만 다시 찾을 수 있다. 

어떤 곳에 갈 때 자신을 향한 여행이 시작된다."


'언어의 연금술사'의 저자 아마데우가 적은 내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며칠이 지나도 그 구절은 똑똑히 기억났다. 왜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파란 하늘을 보면 눈을 떼지 못한다. 

파란 하늘에 둥실 떠 있는 흰구름을 보면 그립고 애틋하다. 

확실히 그 위에 소중한 내 일부를 두고 온 모양이다.


나는 날 수가 없고, 내 일부 중 구름 위에 두고 올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 영혼.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책, 구매 들어갔습니다!

책 모으는 자의 변명. 


"A Lannister always pays his deb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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