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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Feb 23. 2016

내겐 없는, 남자만 가진 울대뼈에서 수컷을 느꼈다.


첫 키스를 나누던 날 그는 내 얼굴을 붙잡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눈썹과 눈두덩, 코와 뺨, 당연히  그다음은 입술일 거라고 생각했다. 입술을 살짝 내밀며 그가 다가오는 걸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내 긴 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귀 뒤쪽에 입을 맞추었다. 정성스럽게 목빗근을 따라 내려와 맥박이 뛰는 지점에 한참 동안 머물렀다. 정확하게 그 자리에 키스의 흔적을 남겼다. 그런 행동은 촌스럽다고 생각하지만, 그 촌스러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애정도 존재했다. 그는 쇄골 라인까지 키스를 하고 난 뒤 그제야 입술을 탐했다.


뻔하지 않은 진로에 흥분이 일었다. 그런 섬세함은 자기도취이기도 하겠지만 그 전에 자기 절제가 우선이었다. 그 분위기에서 입술로 직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처럼 근하게 몸을 탐하는 남자란 드물기에 그날의 키스는 인상 깊을 수밖에 없었다.


내게 키스를 하는 동안 나는 그의 뺨과 목선을 어루만졌다. 남자의 몸에서 특히 좋아하는 부위는 목에 툭 불거진 울대뼈이다. 영화 <안테나>에서 카세 료의 마른 몸에서 유난히 도드라지던 울대뼈를 보고 있노라면 그걸 쓰다듬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사랑에 빠져버릴 것 같았다. 너무나도 여리고 연약해 보이는데 동시에 무척이나 동물스러웠다. 내겐 없는, 남자만 가진 울대뼈에서 수컷을 느꼈다. 더 나아가 섹스의 쾌감 속에 빠져 숨을 헉헉거릴 남자의 목을 졸라보고 싶어 졌다. 가학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숨이 막히는 섹스를 하며 느꼈던 나의 단순한 만족감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꽤 오랫동안 나보다 훨씬 키나 덩치가 큰 남자들과 섹스를 했다. 그 시절엔 아담하거나 작지 않은 나를 여자로 여길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은 상대의 크기라고 믿었다. 여성성을 내 옆에 서 있는 남자의 몸집을 통해 증명하려고 애썼다. 그땐 그게 절실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행동은 부족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이힐을 신었을 때 나보다 작은 남자들을 만나도 아무렇지 않게 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법 오랫동안 상대의 몸무게를 감당하며 짓눌리는 듯한 섹스를 해온 탓에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는 남자는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다. 섹스할 때 받는 압박이 줄어들어 폐가 훨씬 많은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었다. 그러나 숨이 가빠 오는 건 오르가슴의 확실한 징후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좀 더 신속하고 빠르게 그 쾌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내 몸은 산소가 부족해지는 느낌을 원했다. 그럴 때 목을 졸라달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 말에 겁을 먹었고, 자신은 그런 종류의 섹스는 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손을 이끌어 내 목 위에 올려주었지만 엄지와 검지로 경동맥을 살짝 누르는 일조차 하지 못했다. 주저함에서 귀여움을 느끼긴 했지만 아쉬운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자신  없어하는 남자들에게 그런 걸 요구할 순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남자들은 위험했다.


그의 행동을 바탕으로 그는 나의 요구에 응해줄 적당한 상대라고 판단했다. 두려워하거나 자신이 돌이키지 못할 일을 저지를까 봐 걱정할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에겐 나의 바람을 말로 전하진 않았다. 그의 손을 내 목에 가져갔을 뿐이었다. 그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는 듯 손 끝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목 전체 특히 기도를 압박해서 추하게 콜록거리게 만드는 실수를 범하지도 않았다. 필요한 만큼의 힘으로 정확히 혈관을 압박했다. 내가 견딜 수 없어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바둥거리면 금방 손을 떼었다. 그러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내가 가쁘게 내뱉는 호흡에 두 사람 다 고조되고 있었다. 자세를 바꿔 가 그의 위로 올라가 몸을 숙여 그의 목에 손을 올렸을 때 그 역시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라는 표정을 지었다. 손바닥으로 그의 목 울대를 느끼며 손가락으로는 경동맥을 눌렀다. 내 손바닥 안에서 움직이는 울대뼈는 질 안에서 요동치는 페니스보다도 더 남자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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