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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Sep 06. 2022

땀 뻘뻘

오늘을 잘살기 위해




미뤘던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짐에 가서 사이클만 타던 유산소 운동이 지겨워 한 달 넘게 운동을 쉬다가 도저히 이대로 사는 것은 아니다 싶어 집 근처의 필라테스 학원에 체험 수업을 신청했다.


그나마도 지난주 목요일에 신청했던 수업은 늦어서 체험을 미루고, 오늘 제시간에 수업에 참여해 50분의 필라테스를 했는데 수업을 기다리면서 가볍게 스트레칭 시작하다가 깜짝 놀랐다.


몸이 뻣뻣해도 너무 뻣뻣해진 것이다! 몸이 경직되면 마음도 경직된다는 요가 생활자 친구의 말이 떠올라 그간 내 몸과 마음이 얼마나 유연성을 잃었는지가 체감되었다.


기본적으로 우울한 성향인 데다 움직이는걸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라도 시작했던 작년부터 올해 여름 전까지- 매일매일 운동을 하며 땀을 빼고 나면 몸도 개운해지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던 것을 경험했던 나는 운동은 나에게 너무 필수적인 생활습관이라고 느꼈었는데 한번 안 가기 시작하면 시간이 정말 빨리 흘러가버려 모처럼 만들었던 소중한 습관이 흩어져 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동은 매일 가도 매일 가기 싫다. 습관이 잡히는 것은 100일 정도가 걸린다.


그래서 삼 개월 단위로 등록을 하는 것 같다. 큰 마음을 먹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비용도 들고 시간도 들여야 한다. 운동 열심히 하는 친구와 미룰게 따로 있지- 아낄게 따로 있지- 톡을 주고받으며 고민하던 나의 마음에 동기를 부여했다.


미용목적의 운동을 하던 날들은 가고, 이제는  살기 위해 운동을 한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렵고 힘든 동작들을 따라 하고 나면 머릿속이 비워지면서 몸도 가벼워진다. 

어제의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마음에는 긍정적인 기운이  올랐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래간만에 세로토닌이 내 몸을 돌아다녔다.


태풍 소식으로 학교를 쉬는 아이들을 위해 서브웨이 샌드위치도 사고, 카페인 충전을 위한 커피도 한잔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쾌함을 느꼈다. 아, 나는 이렇게 즐거운 사람이었지.


이렇게나 단순한 진리를 매번 새롭게 만나는 것은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활기찬 인생을 시작하는 게 몸을 제대로 쓰고 움직여 정신을 깨우는 일이라는 것을 잊고  잊는다.


그러면서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살아내는 것이다 온 몸에 힘을 주었다가 풀고,  몸의 근육들을 하나씩 인지하고 호흡을 제대로 하면서 배에  힘을 주고 나니, 오전 내내  근육들을 따로따로 힘을 주는 나를 발견했다. 호흡과 배의 근육 조이기를 복습하면서 일을 했다.


단단한 목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언가를 해내고 나니 나에 대한 긍정이 나를 채웠다. 모레 다시 운동을 나가기 전에 또 일어나는 것 자체로 수많은 고민과 타협을 할 테지만 수업을 마치고 페달을 밟으며 신나게 일터로 돌아 올 나를 생각하면 충분히 잘 해낼 것이라 생각한다.


 가을과 겨울, 나의 글들도 즐거움으로 가득해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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