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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Sep 27. 2022

낭만이 있는 곳이지만

도시 생활자의 낭만을 찾아서…


얼마나 잊고 지냈나- 나의 낭만은…


낭만이라는 말 자체도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건조하게 사는 생활인으로 지낸 지 몇 년이 지났다.

재작년에 다녀온 강릉의 커피가게를 약 2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그곳은 삶이, 일터가, 시간이 여전히

아름답게 자리하고 있었다.

10년째 드립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선배 부부의 모습은 볼 때마다 그림같이 아름답고, 공간은 편하면서도 분위기 있었다. 당연히 건네주시는 커피맛도 너무 훌륭했다.


낮에 커피를 원산지 별로 다양하게 마시며 오는 길의 피로를 풀었는데 당일치기 여행자는 수산시장이며 맛집을 돌아다니다 저녁때가 되어 퇴근한 사장님 내외와 맥주를 마시러 다시 만났다.

서울에서 살다 강릉으로 이사와 수제 맥주집과 스테이를 연 가게에서 또 예쁜 커플과도 만났는데

내가 언젠가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사는 두 커플을 보니 부럽고 보기 좋았다.


많은 회사원들이 또 도시 생활자들이 꿈꾸는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나도 빨리 내려와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책임질 것이 많은 1인-

그저 그들은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부러움의 감탄사를 연신 내비치는 내게 커피숍 하시는 선배가 시골살이, 또 낭만이 있는 삶의 고된 이면을 솔직히 얘기해 주신다.

​생각 이상으로 빠듯하게 생계를 유지해야 하고 코로나 같은 이슈가 발생하면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하신다. 보기에는 그럴듯하고 규모가 있어 보이는 곳이라고 해도


서울처럼 인구가 많지도, 또 재방문율이 높지도 않은 지방에서의 자영업은 더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말의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평일에 찾아와야 할 적정선의 손님수가 턱없이 부족할 것만 같았다. 적어도 오는 손님이 없어 발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는 우리 가게에선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고 있으니 힘들어도 마음고생은 덜한 편이라 그 부분을 생각지 못하고 있던 나였다.

​배고픈 예술가의 삶과도 닮은 낭만이 있는 공간 주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현실감각이 탁 내 머리를 친다. 기가 막히게 좋은 날씨에 좋은 계절에 이곳을 방문해 좋은 것만 보이는 내가 꿈을 꾸는 동안 차가운 돌덩이가 툭, 발 위로 얹어진 기분이 들었다.


시골쥐가 도시에서 음식을 훔쳐 먹으며 목숨 걸고 사는 도시 쥐를 뒤로 하고 재빨리 시골로 돌아가는 우화와는 다른 결말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결말일까?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든 삶이라면 적어도 아름다운 일상 속에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숨 가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꿈꾸던 공간을 지어 사는 사람들에게서 읽는 도시생활에 대한 아쉬움도 있겠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노동과 경쟁, 갖가지 택배 상자를 쌓아 놓고 스마트폰으로 쇼핑하는 것이 유일한 낙인 도시생활의 빠듯함에 지친 도시 생활자들의 삶도 녹록지 않다.


​낭만이 가득한 그곳에서 왠지 씁쓸해진 마음으로 돌아오는 길에 강변역 4번 포장마차에 앉아 마시는 소주는 많이 달았다. 이곳에는 또 도시의 낭만이 있구나. 싶어 졌다. 거대한 빌딩 아래의 작은 포장마차들 속에서 술을 마시며 밤새 달래는 외로움이 여기 있구나. 싶어졌다.


여행은 이렇게 낭만과 현실을 오가는 시간이구나. 밤은 더 깊어졌고 내 생각도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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