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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Oct 07. 2022

죽음을 대하는 자세

멀지만 멀지 않은 이야기


  유난히 내 주변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설렁탕집을 찾아 주시는 손님들 중에는 90세가 넘으신 분들도 많고 주중 낮에는 70세 넘으신 분들은 젊으신 편-


태어나서, 쭉  살던 동네이기도 하고 친인척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큰아버지의 친구분들 모임, 고모들의 친구분들의 모임 등이 끊이질 않는다. 그분들이 주로 하는 얘기는 아파서 병원에 간 얘기랑 죽음을 준비하며 자식들을 대하는 이야기들이다. 한동안 누군가가 연락이 안 되면 죽음을 예상하는 나이대가 되어 모이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인생의 황혼.

오늘도 둘째 고모가 집에 찾아오셔서 농담처럼 90세까지 사는 얘기를 나눈다.


90세까지 라면 엄청난 장수라고 생각하던 세상을 지나와 이제 90세 생존은 흔한 일이 되었는데


고모도 몇 년 후면 90세를 바라보시는 나이기 때문에 아직 여든이 안된 아빠에 비해서 장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웃음기가 사라지신다. 농담처럼 100세까지 산다고 말하지만 사실 100세까지도 많은 시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자주 얘기하는 편인데, 같이 일하는 언니는 스위스에 가서 존엄사를 선택하고 싶다는 말을 한다. 돌봐줄 가족도 없을뿐더러 나이 들어 고통 속에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어릴 때는 무덤에 묻힐 것인가, 화장을 선택하고 죽을 것인가가 죽음에 대한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내가 병과 노환을 짊어졌을 때 선택할 선택지가 많아지고 있다.

자식들이 모시다가 간병인을 붙여서 돌보고 돌아가실 때까지 보호하는 일반적인 죽음이 아니라 이제 그 일반적이라는 말 자체가 드문 케이스가 돼버렸다.


우리 부모님도 결국은 노인병원에 가서 생을 마무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신다.

자식들에게 끝까지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자신들의 끝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든이 넘고 아흔이 넘어가면 사람이 너무 그립고 소중해질 테니 지금 같은 마음이라면 부모님을 최대한 끝까지 집에서 모시고 싶은 마음뿐이다. 매일 같이 밥을 먹고 같은 공간에서 잠드는 일을 포기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다. 나는 그다지 효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게 평생 헌신했던 부모님을 낯선 환경에 보내드리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강하다.

이래서 딸이 있어야 돼.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은데 딸이 아들보다 더 책임을 지면서 아들에게는 더 특권들이 가는 그런 가부장적 구조가 참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서 내가 좋아서 하는 마지막 길이 되길 바랄 뿐이지 효도나 딸의 도리라고 말하는 것은 왠지 싫다.


그렇다면 나의 죽음은 어떨까? 적어도 고통 속에서 수 년을 보내다 죽음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

모두가 바라는 호상을 나도 바라고 있다. 그렇기에 그다지 건강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무책임한 세월을 지금 보내고 있기도 한다만.

죽을 때가 되어도 의존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려면 지금부터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마음을 하나씩 하나씩 벗어던져야 한다. 의존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자유롭고 자신의 선택권이 자신에게 있는 사람.

그렇게 준비하며 늙는 것이 가장 나다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성숙하여  제일 고귀함을 드러낼 때가 바로 죽음을 선택하는 방법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프랑스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가 안락사를 선택했고 나조차도 그의 결정에 공감을 하게 됐다.

지성이 가르치는 죽음에 대한 자세에 많은 이들이 동감했다.

워낙 많은 노인들을 접하는 나는 비교적 일찌감치 죽음을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 앞에서 의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이번 생을 살아가야지.

갑자기 뒤로 확 빠진 현재가 가볍게 느껴진다. 떠날 것을 생각하니 현실은 덤이 된다.

잘 보이고, 잘 들리고, 잘 먹는 지금을 너무 당연히 여기고 있구나 싶어진다.


잠시 잠깐이겠지만 오늘도 감사함을 배운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같을 수는 없지만 준비는 지금도 할 수 있다. 아름답고 평온한 죽음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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