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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Oct 08. 2022

커피라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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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라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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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다 되어서야 커피를 마셨다. 레귤러 사이즈 뜨거운 아메리카노 두 잔을 연거푸 티라미수와 함께 마시면서 커피가 주는 마법 같은 시간에 들어선다.

머릿속에 탁- 밝은 조명이 켜지면서 귀도 더 잘 들리고, 눈도 더 잘 보이는 마법.


카페인 중독자는 결국 또 커피를 양껏 마시며 책도 읽고 일도 잘 할 수 있게 된다.

여름날에는 눈뜨자마자 진한 커피를 얼음 꽉꽉 채워 들이키지 않으면 도저히 힘이 나질 않는 걸 보면 단단히 카페인의 노예가 된 모양이다.

친구가 지난달 보내준 커피 쿠폰으로 구청 앞 투썸플레이스에 앉아 2인 양의 커피와 디저트를 해치우며 빌려 온 책을 읽었다. 브레이크 타임을 제대로 이용하는 시간이다.

예전에 가게를 혼자 운영할 때에는 하루에 넉 잔이 상 커피를 마셔댔다. 그것도 쓰리샷으로 아주 진하게 사약 같은 커피를 마시며 일할 힘을 얻었더랬다.

눈뜨자마자 한 잔, 바쁜 점심시간을 끝내고 한 잔, 오후 장사를 시작하기 전 또 한 잔, 저녁을 먹고 또 한 잔- 연비가 안 좋은 오래되고 고장 난 차처럼 연거푸 카페인을 채우며 일하고는 했었다.

그때에 비하면 마시는 커피 양이 많이 줄어든 요즘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카페인은 나와 함께 사는 중-

내 인생 최초의 커피는 (이라고 하니 갑자기 역사의 순간 같은 기분이 들지만) 아빠가 집에 오신 친구들과 함께 드시던 맥심 인스턴트커피에 설탕 세 스푼 (이나!) 탄 커피였다.

달달하게 설탕을 듬뿍 넣었기 때문에 처음 마시자마자 맛있다고 느꼈던 기억이다.

그 뒤로 중학교, 고등학교 때 독서실에 다니며 마셨던 자판기 커피가 내가 그때 알았던 커피 맛의 전부였더라면 대학생이 되어 명동에 스타벅스에서  제대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는데 커피를 넣은 다양한 커피 맛? 음료 위주- 그래도 에스프레소가 투 샷이나 들어갔기 때문에 커피가 들어간 프라프 치노류를 맛있게 마신 날에는 잠들기가 어려웠다. 심지어 잠을 설치면서도 왜 인지 몰랐던 서툴 디 서툰 카페인 초보 입문자- 였었다.

그리고 스무 살이 훨씬 넘어서 스물여덟 즈음 됐을 때 떠났던 여행에서 정말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신 게 커피 맛의 제대로 눈 뜬 계기였는데 파리 작은 카페나, 이탈리아 섬마을 카페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가 너무 맛있는 데다 뇌속이 시원~해지는 고퀄 카페인의 경험을 안겨주어 여전히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 사실 그 뒤로는 너무 많은 카페들이 우후죽순, 형형색색 들어서기 시작해서 질 좋은 원두를 직접 로스팅 하여 최상의 커피를 내는 곳들이 많아졌다. 그야말로 커피 강국에서 살게 된 셈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맛도 탄 맛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추월한지 오래되어 천 원짜리 두 장으로 얼마든지 머릿속에 형광등 스위치를 온-할 수 있게 됐다.

맛있는 음식 이상으로 맛있는 커피를 찾는 여정을 게을리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맛있고 특별한 커피를 찾아다니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기분을 좋게 만드는 커피라는 마법에 나의 여가 시간을 받쳐도 좋기 때문이다. 짜증 나던 일을 흔쾌히 하게 만드는 커피의 맛과 효과에 오늘도 감탄하며 쌀쌀해진 가을에 마시는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주는 정신적 위로까지. 그리고 오늘은 건너뛰자-했었던 글쓰기를 지속 가능하게 해주었으니 커피를 매일 마실 수밖에.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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