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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Oct 09. 2022

좋아지고 있어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한 시간 거리의 지역으로 이동했다. 역마다 다른 광고 멘트가 흘러나오며 그 동네의 주력 상업시설을 소개한다. 동네마다의 분위기가 그려진다.

주변에 관심을 갖고 떠오르는 생각을 수집하고 기록해나가는 습관들이 생겼다.

마치 점을 찍어 놓고 선을 잇는 것과 같이 글을 쓰는 기술들을 습득해나가고 있는 요즘이다.

지난 글과 그림들을 쭉 훑어보며 차츰차츰 색을 찾아가고 있다고 안도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서툴고 부족할지 몰라도 지속해나가고 복기하면서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나간다.

더디다고 여기기에는 불과 한 달 남짓 흐르고 있는 지금이, 지나고 보니 빠르게 느껴져 이만큼의 변화도 내게는 감사한 일이다. 태생이 급한 편인 나는 수많은 조바심과 싸우고는 하는데, 조바심에 휘둘려 살아왔던 지난날에 비하면 그것과 싸운다는 것 자체로 변화가 있는 셈이다.

좀 천천히 지켜보자. 나를-

애써 조바심을 꾹꾹 눌러주며 쉽게 지치고, 싫증 나는 마음을 도닥여 준다.


​비누를 만든지 열흘이 지났다. 앞으로 이십여 일은 더 숙성시켜야 내 첫 비누의 품질을 테스트해 볼 수 있고 레시피를 수정해서 또 다른 비누를 만들어 볼 수 있게 된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고 하루 이틀에 끝날 연구가 아니다. 기다리는 텀이 길어지는 동안 비누 만들기 카페에 매일 도장을 찍고 다른 사람들의 갖가지 시도들을 보고 있는데 공부가 많이 된다.

멀티밤도 새로운 에센셜 오일, 프레그넌스 오일을 섞어 향을 개선해 봐야지.


너무나 당연하지만 요 며칠, 나의 정신은 온통 여행에 꽂혀있다. 깊은 밤중에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여행기, 가볼 만한 곳, 쇼핑 목록 등을 보는데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꿈도 여행 중인 꿈을 꾸게 되었다.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풍광들이 펼쳐지는 꿈속에서 깨고 나면 오전에도 기분 좋은 상태가 되어 일하기가 수월하다. 이 설렘이 얼마나 갈까? 또 괜한 걱정과 조바심, 특유의 부정적인 감정이 섞여 들기 시작하며 즐거움을 방해한다. 성격이 그렇다. 나란 사람이 이런 걸 어쩌겠어.


누군가를 붙잡고 장시간 내 얘기만 떠들어 대고 싶던 (어린아이의 칭얼거림과도 같은) 욕구들이 많이 수 그러 들었다. 글을 쓰는 덕분에 글로 나의 생각을 나열하고 또다시 그 글을 읽으며 끊임없이 대화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내 이야기에만 집중해 주는 가까운 친구를 얻은 기분이 든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그래프는 차츰 언덕을 오르고 오른다. 때로는 꺾여 떨궈지는 화살표지만 결국에는 위로 향하고 있다. 위로 향한다고 해도 좋을지 괜찮을지 알 수 없는 지금이지만 그래도 좋아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어린 시절 나는 세상을 알아가도 좋을지 두려웠다. 감정들을 배우고, 살아가는 방법들을 모색하면서 또 다른 어른들의 이기심을 겪으면서 더 이상 다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나이는 들고, 내면은 크건 작건 저마다의 방식대로 성장한다.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냥 숫자만 바뀐 미성숙한 사람으로 나이 들어 버리면 평생 작은 상자 안에 뇌를 집어넣고 가둔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그래 됐다. 좋아지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으니 분명히 더 좋아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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