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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드나잍호텔 Oct 14. 2022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


조카의 일본어 과외 선생님을 구했다. 지난주에 독학으로 공부하던 일본어에 부족함을 느끼고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 조카를 위해 숨고에도 구인을 해보고 동네 어학원도 검색해 보고 상담을 받아보았는데 그나마 가까운 학원은 성인만 수업이 가능했고 숨고 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대부분 주말 수업이 불가능한 상태- 그러던 중 일본에서 한국어 학원을 운영했던 친구 가하가 떠올라 연락해 보니 일본인들이 애용하는 커뮤니티에 구인 글을 올려주었다.

가하가 예상했던 대로 많은 교환학생들이 연락을 줬다. 그중 제일 빠르게 연락해 준 선생님이랑 수업을 하기로 하고 다음 주부터 일본어 과외를 시작하기로 했다.

어릴 때 나도 정작 학교 공부는 뒷전이고 일본어와 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해라.라는 핀잔만 듣고 끝났었다. (물론 내가 더 열심히 했더라면 가능했을지도?)  조카가 일본어를 심화하여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하자 반갑기도 하고 내가 그때 놓쳤던 타이밍을 떠올려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게 되었다. 인생은 타이밍이고 공부도 타이밍이다. 열정이 올라왔을 때 고리를 탁 걸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언어는 그 나라 문화에 심취되었을 때 시작하면 (어리면 어릴수록) 아주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사람이 갖는 문화적 크기가 커지고 삶의 반경이 넓어진다는 것이 세상을 살면 살수록 느껴지는 점이다. 열여섯 살 조카의 꿈과 삶의 크기가 넓고 커지길 바라는 내 마음이 닿아 이번 기회에 일본어를 마스터했으면 좋겠다.​


나는 아이들에게 살뜰히 챙겨주는 엄마는 못되지만 적어도 매일 저녁 바로 만든 식사와 새로 세탁한 옷을 준비해 주고 있다. 주말마다 좋은 곳, 공부가 될법한 곳을 두루두루 데리고 다니지는 못하지만 기억에 남을 추억의 여행은 철마다 가려고 한다. 무엇보다 내가 신경 써주는 부분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과 원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는 일 -


어릴 때 내가 그렸던 좋은 부모의 모습은 마냥 헌신하는 부모님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주는 마음,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반기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부모 세대에게 있어서 다양한 취미와 흥미가 있다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사치였고 오로지 학교 공부에 매진하기를 바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진한 적이 없는 1인)

지금의 내가 부모로서 가진 최고의 덕목 (어쩌면 유일한!)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반기는 마음- 이 아닐는지.

아직은 또래 아이들이 열광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게  제일 큰 낙이겠지만 저마다의 재능이 꿈틀 거리는 시기가 누구에게나 찾아오고야 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잘하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어른들에게도 가슴이 두근거렸던 시절은 있었다.

새 자전거를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는 마음에서도, 마트에 들어오는 포켓몬 빵을 기다리는 마음에서도 아이들에게는 설레는 무언가가 피어오른다.  좀 더 커서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싶다는 것이 있다고 말하면 나는 또 얼마나 설렐까!

씨앗을 흙 속에 묻어 놓고 어떤 열매와 어떤 꽃이 자라날지 모르는 상태인 것처럼 나는 기다리고 있다. 요 새싹이 어떤 식물로 자라날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주관적인 - 아이들을 잘 키운다는 것은 아이들의 저마다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바지런히 물을 주고 가꾸며 돌봐주는 일- 지켜봐 주는 일이다.


콩 심은 데서 팥 나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좀 더 크고 화려한 꽃이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타고난 대로의 길을 튼튼하게 뿌리내려 활기찬 줄기와 잎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줄 뿐이다.

우리 아이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생기는 날 나는 그 씨앗이 무엇인지를 알게 될 테니 이보다도 더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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