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사랑스러워지는 이 계절-
어쩌면 누군가는 지독히 원했던 삶일지도 모르는 나의 삶을 살아가며-
나를 생각해 주었던 사람들이 생각나는 밤이다. 분주히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느리게 움직일 수 있는 템포를 찾아 작은 여유들을 곳곳에 배치해 본다. 비교하지 않아도, 벗어나지 않아도 혼자서 꿋꿋하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이 파편이 되어 날카롭게 나를 찌르지 않도록 나쁜 마음은 자꾸 버려내야지.
지난밤은 소중한 것들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별똥별의 행렬처럼 순식간에 마음을 지나갔다. 뜨거운 입김이 언 손을 녹이듯 소중한 얼굴들은 낮 동안 경직되었던 마음을 물렁거리게 만들었다.
강해지는 것인지, 천연덕스러워지는 것인지 그 중간 즈음 어디- 나이 들어가는 엄마의 모습으로 온종일 살아 내다가 어스름한 저녁이 차오르면 술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와버린다. 견고히 쌓았던 전장에서의 방어력이 다시 영점이 되어 버리는 순간이다.
하루 종일 지나간 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을 하는 내게 무엇이 그리 좋으냐고 물어보는 사람에게 나를 위한 응원의 bgm 이예요.라고 했다. 실제로 그 효과는 싫은 일도 즐겁게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이 정말 모든 면에서 유효하다.
생각을 줍기에 다음날의 숙취는 너무 큰 방해가 된다.
뚝 뚝 끓기는 찰기 없는 반죽처럼 생각이 뭉쳐지지 않는다. 기억도 희미 해져서 그때의 감정 또한 회상하기가 쉽지 않다. 좀 맑은 정신일 때로 돌아가서 다시 앉아야지 하다가 이렇게 하루하루 밀리고 미루고 하다 보면 아무것도 이어 붙여지지 않아. 하며 마음을 바꿨다.
정확히 기억나는 것이 없는 어젯밤이 이었지만 메모해 두었던 몇 가지의 단어로 이어 붙여 봤다.
소중해.
라는 말이 가장 위에 쓰여 있었다.
나는 무엇이 그리 소중했던 걸까? 지난밤의 나에게 되묻지만 그는 이미 어젯밤 잠들어 버렸다.
다음부터는 더 자세히 메모를 남겨 달라고 그 메모 아래 메모해두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