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오니 몸도 마음도 둔해졌다. 무던해진 것이 아니라 무겁게 내려앉은 느낌으로 무엇을 해도 밝고 가벼운 에너지가 나오질 않는다. 물에 젖은 빵 같달까.
리프레시 될 만한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 봤지만 이번 주는 내내 힘이 나질 않았다.
환절기가 오면 그런다는 것을 안지도 얼마 되지 않아서 그 긴 세월 내내 이 시기가 오면 그저 우울에 푹 젖어 있기만 했었다. 지나가리라는 기다림으로 몸과 마음이 회복되기만을 지켜본다.
목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고 건조한 부위에 보습을 해주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면서 계절 과일도 먹어주라고 하는 가르침에도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 감기에 걸릴랑 말랑하는 이 상태- 병원에서 독감 예방 주사 포스터를 보아도 적극적으로 대비하지도 않는다.
축 처지기 전에 뭐라도 해야 했는데- 꼭 시기를 놓치고 만다.
지난주부터 아이 기침이 계속돼서 잠자리를 설쳤다. 식구 하나가 감기에 걸리면 연쇄적으로 모두가 걸리고 마는 것은 전염병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다 같이 고생하기 때문인 것 같다.
끙끙 앓으면 차라리 한 이틀 푹 쉬어서 회복하게 되지만 이도 저도 아니면 컨디션 난조는 지루하게 계속된다. 콜록콜록 - 컹컹컹- 깊고 얕은 기침소리가 반복해서 들리는 집안에서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아이가 기침을 하면 내 목까지 따가워지고는 하고 아이가 무릎이 까져 오면 실제로 내 무릎까지 쓰라려 오고는 한다. 탯줄을 잘라낸 지 오래지만 아직도 끈으로 이어진 기분이 종종 든다.
아마도 이끈 은 영원히 끊어지지 않겠지.
푹 꺼진 몸과 마음을 헤집고 안 좋은 생각들이 파고드는 밤과 아침이면 그나마도 해왔던 일들을 자꾸 미루게 되니까 악순환은 반복된다.
아아, 다 귀찮아. 모든 게 하기 싫어. 그렇다고 누워만 있기에도 시간이 아까워.
재밌는 걸 하고 싶지만 그 조차도 귀찮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지만 왠지 성가시다.
내일은 짧은 가족여행이라 조금은 산뜻해지겠지. 오늘 밤은 귀찮고 귀찮아도 가볍게 스트레칭이라도 하고 자야지. 정 안되면 몸살 약이라도 한 포 뜯어 먹고 푹 자야겠다.
나에게 너무 모진 환절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설레는 마음도 피어날 거라고 기대해 보며 그저 시간이 스르르 지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