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되어 가는 '나'

by 한밤

나는 비 오는 날, 회색빛 도시를 바라보며 책을 읽는 걸 사랑한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는 마치 잔잔한 음악 같고, 그 순간 아무리 재미없는 책일지라도 책장을 넘기는 촉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진다.

그 위에 새소리까지 얹히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그건 내가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순간 중 하나다.

이처럼 나를 기쁘게 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살아있는 기쁨’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기쁨을 동시에 맛본다.

사람마다 사랑하는 감정의 모양, 조화와 분위기, 삶의 기준은 모두 다를 것이다.

어둠 속에 갇혔다고 느낄 때, 불행하다고 느낄 때, 혼자 울음을 삼켜야 할 때,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저마다 사랑하는 것들을 꺼내어 위로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부터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동안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아왔고, 그게 마치 옳은 길인 양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이 아닌가.

그래서 “겨우 나는 이걸 사랑한다.”라고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를 온전히 편안하게 해주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남들의 시선 없이 스스로를 채우는 시간을 갖는 학습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알고 사랑하는 건 중심을 잃지 않고 살기 위한 삶의 생존과목이기 때문이다.

나는 38살 때쯤, 처음 나를 사랑하겠다고 결심했고 내 부족하고 모난 모습까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심 이후 내가 사랑하는 순간들, 하루하루의 작은 감사들을 쌓아갈 수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 40살쯤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더 명확히 구분하게 되었고, 남들과 비교하며 나를 갉아먹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의 시간들 역시 내겐 소중한 공부였다.

나를 안다고 자만했던 20대, 그것이 착각임을 깨달았던 30대, 그리고 비로소 나를 알아가기 시작한 40대까지 그 모든 시간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래서 여전히 미완의 ‘나’인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내가 진짜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지기 시작하면 어려운 순간에서도 잠시나마 빠져나올 수 있는 힘과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더는 나의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지 않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자신을 사랑하길 바란다.

그렇다고 조급해하지는 않길 바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사람마다 다른 속도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사랑해야만 한다’는 사실만큼은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과 삶은 분명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무엇보다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작은 것이라도 파악하며 ‘나’를 이해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우리의 삶은 점차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성장하며 ‘완성되어 가는 나’를 하나씩 발견해 가는 여정이다.

그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당신을 스스로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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