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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메이징 그레이스 Dec 30. 2022

우리가 저지르는 인종적 자기혐오

(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인종적 자기혐오는 백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고, 이것은 나를 자신의 최악의 적으로 만든다. 유일한 방어책은 자기를 심하게 다그치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이것이 강박적으로 되면서 거기서 위안을 찾게 되고, 결국 자신을 죽도록 구박하게 된다. 자신의 외모도, 말소리도 싫어진다.




유학원에서 일할 때 일이다.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현지 숙소를 안내한다. 처음 가는 나라에서의 생활이 막막한 학생들은 대부분 홈스테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부분의 학생들의 요청사항은, "백인 집으로 배정해 주세요."였다. 

나는 교육받은 대로, 왜 그럴 수 없는지를 설명했다. 일단 현지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들은 생계형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공간을 내어 줌으로써, 돈을 버는 것이다. 이런 것을 백인 가정들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설명을 한 뒤에, 백인 가정 배정을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다민족 국가로 어학연수를 가면서 스스로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것임을 주지시켰다. 조심스럽게. 영국의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학생들이 어학연수를 가는 국가는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대체로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들이다. 그 속에서 아시아인으로 살며 그들의 문화를 배우고 언어를 배워와야 하는 것이다. 시작부터 너의 마인드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면 다들 몸을 뒤로 빼며 놀랬다.


또 다른 회사에서는 주로 해외 인턴십이나 해외 취업 상담 업무를 했었다. 한 대학교의 특정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기간 동안 단기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어지는 장학금에 자기 부담금을 보태어 미국에서 약 4주간 인턴십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단체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진행자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개인행동이다. 숱한 사건 사고를 접하며 골머리를 썩었었다. 몇몇 학생들이 어울려 클럽을 갔는데 누가 사라지고 밤새 연락이 안 돼서 부모님한테 연락 오고 난리가 났던 적도 있었고, 지정된 숙소를 말도 없이 나와서 남녀 커플이 자기들끼리 동거를 하다가 커플이 헤어지게 되면서 그 일이 발각되었던 적도 있었다. 관리자는 이사실을 알고 있었냐며 질책을 받았었기에 그 후로는 어쩔 수 없이 반 협박을 해 가며 학생들을 조심시켜야 했다. 그나마 단기 인턴십 프로그램은 학점과 연관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의 협박이 잘 먹히기도 했다.

그 나라에 가면 모범적으로 지낼 것을 강조했다. 쓰레기를 길에 함부로 버리는 일, 무단횡단을 하는 일과 같이 사소한 행동들까지 예를 들어가며 지적했다. 그런 행동은 여러분 학교 이름에 똥칠을 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인에 대한 인식을 잘못 심어 줄 수 있음을 강조했다. 여러분들은 그곳에 한 달 동안 여행하는 것 처럼 지내다 돌아오면 그만이지만, 현지의 한국 기업들이나 교포들이 그 이미지를 떠안고 살아가게 된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최악의 경우는, 여러분들이 경험하게 될 이 특별한 프로그램이 여러분들 때문에 다음 후배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사명감까지 얹어 주었다. 지금에 와서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건 한국인으로서가 아니라, 어느 대학교 소속의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에티켓인 것이다. 나 역시 우리의 인종적 모습을 약점 잡아 반협박을 하고 있던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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