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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 Feb 15. 2021

치즈야-, 월(月)아-

일방적 짝사랑

너는 유독 양지인 곳을 좋아하는 건지 전생에 해바라기라도 했는지
한걸음만 디디면 그림자에 가려질 곳을 꼭 두고 그렇게 앉아 햇빛을 쬔다.
그렇게 해도, 이 곳에 너를 해칠 이는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라도 있는 건지. 그럼에도 혹시 모를 상황에 약간이라도 몸을 숨겼으면 한다만 이런 맘을 알리도 알아야 할 것도 너에겐 없다.



우연히 너를 만났던 건 작년 잠깐씩 습하고 몇 날을 비가 내리고 그치길 반복한 날
오래간만에 해가 맑게도 비추던 그 날에, 그래 그러고 보니 그 날에도 넌 그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태평히도 주차장 한가운데에 있었더랬다.
줄을 그으며 새겨져 있는 노란 털들은 아무래도 그런 날들의 빛이 촘촘히 새겨져 온 게 틀림없다.
그런 널 보면 치즈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이 동네에 아마 너의 보호자는 적어도 열댓은 되는 듯하다. 어느 순간 너의 존재를 깨닫고 난 뒤, 근처를 갈 일이 있으면 구태여 돌아서 잘 지내나 확인하곤 하는데 아무래도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같다.

올 겨울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다.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린다나 뭐다나 하는 소리를 흘겨들으며 하얀 걸 보고 그저 설레게 보냈다, 만. 그랬다만.

그러니깐 물들이 얼어서 내릴 정도로 추운 온도라고 확인하는 나날마다 네가 참 많이 걱정됐고, 너의 친구들이 걱정되었다.
때에 맞춰 너는 그때 쯔음부터 자취를 감췄고, 따듯한 어딘가를 잘 찾아 겨울을 지새고 있겠지 라는
네가 들으면 '속 좋은 소리 하네'라 핀잔을 줄지도 모르는 생각을 네가 있던 곳을 지날 때마다 되뇌었다.

그렇게 한동안 너를 볼 수 없었다.

기온이 영상을 웃돌고 눈은 더 이상 내려도 쌓이지 못하고 녹아버린다.
엊그제 풀린 기온을 즐기러 밤 산책을 나서는 길에 그동안 그랬듯이, 없을 게 뻔한 곳을 지나기 위해 길을 삥 하고 돌아갔다.
연휴를 맞아 입구가 잠겨있는 주차장은 언제나 그랬듯 고요하기만 하고. 거무튀튀한 아스팔트 바닥엔 그림자가 겹쳐져 유독 어둠이 드리워져 보이고. 그 옆에는,

/
너는 한걸음만 디디면 그림자에 가려질 곳을 꼭 두고 그렇게 앉아 햇빛을 쬔다.
오늘은 달빛을 쬐고 있구나.


일방적 눈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날이 풀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절로 하며. 다음에는 ()- 하고 불러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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