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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 Apr 08. 2022

Ep 1-2. 계단 두 층 사이에 끼인 걱정


한 명뿐인 손녀를 향한 할아버지의 지극 정성은 사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6년 간의 하교 메이트 이야기는 그저 많고 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였을 뿐. 그 사랑 가득한 유난스러움이 오죽하랴 싶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우리 집에서 바로 두 층 위. 그곳이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이라는 것. 두 집은 그렇게 같은 아파트에 겨우 한 층을 사이에 두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보다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빠른 거리인  보나마다. , 여기서 상상해보자. 할아버지 집에 방문한 뒤에  이제 가볼게-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나선다. 말했듯이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택한 나는 아래층을 향해 발을 디딘다. 그리고 집에 도착.....

.

.

여기서  단계가 빠져있다. 다시 상상해보자.

말했듯이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택한 나는 아래층을 향해 발을 디딘다.

그 순간 현관문을 열고 누군가 나를 따라나서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지는 안 봐도 뻔하지.

"  있을게. 어여 내려가. 괘아너, 으이 으이."


그러니 이게 무슨 상황 인고하면, 이 험한 세상에서 10층에서 8 (가상의 층을 사용함)으로 내려가는    사이에 혹여나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자신이 위에서 지켜보고 있겠다는 말이다.

굳이 같이 내려올 만큼의 걱정은 아닌 건가 싶으면서 할아버지는 내가 '무사히' 8층에 도착할 때까지 그렇게 10 계단 끝자락에서 빤히 아래층을 주시하며 서있는다. 누구라도 들으라는 듯이 굵은 목소리로 괜히 헛기침을  번씩 하고, 지금 들리는 발자국 소리의 주인이 내가 맞는지 신경을 울이다가, 도어록을 치는 삑삑 소리 몇 번과 함께 현관문이 열었다 닫히면 본인만의 임무가 완수된다.

그제야 마음을 놓고 본인도 집으로 들어간다.


이게 다정이 아니면 무엇이랴.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랴.

여전히 과한 면이 있는 다정의 형태지만 어쩌면 정말 그 덕에 귀한 손녀는 애지중지 무사히 자라왔습니다.


갖가지 핑계로 최근 드나드는 일이 적어진 10층을 얼마  가보니 유독 왜소해진 할아버지가 눈에 들어왔다. 머리에는  눈이 쌓인 지 오래이고 눈동자도 점점 흰빛이 섞여간다. 그럼에도  문을 나설 때면 어김없이 뒤를 따르는 발자국 소리가 들릴 테고 나는  소리를 배경 삼아 두렵지 않게  층을 내려갈  있을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꼬옥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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