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평범한 일상생활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은 집순이도 고립감과 무력함을 느끼며 우울함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나의 유일한 외출 장소이던 책방 탐방도 당분간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 밖에서 음식을 사 먹기보다 배달음식을 먹는 횟수가 많아지고, 답답한 K94 마스크에 숨 쉬는 게 불편했던 나는 집에서 나가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집 안에서도 내가 재밌어하며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불현듯 사이버 대학교가 떠올랐다.
애초부터 나는 대학에 큰 뜻이 없었다. 직장에 다니며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삶을 원하지 않았고, 오직 글로서 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다. '회사에 다닐 것도 아닌데 굳이 대학교에 들어가야 되나?' 그러나 부모님은 대학을 졸업해야 사람들이 내 글에 대한 편견이 없다며 대학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 얘기했다. 유명한 작가(ex. 유시민, 김영하)들 대부분 고학력자들인데, 프로필에 적힌 학력은 작가에 대한 신뢰가 쌓이고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솔직하게 나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다. 작가의 프로필을 보면 간혹 가다 SKY 대학이 쓰여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오!' 하며 놀라곤 한다. '내가 재밌게 본 책의 저자가 대학도 좋은 곳에 다녔다니!' 자극이 되긴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읽은 책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낮아지진 않는다. 책의 내용보다 작가의 학력을 기억하는 독자는 그 책이 자신에게 깊은 감명을 주지 못했다는 반증 아닐까? 물론 책을 읽는 방식은 부모님과 내가 다른 것처럼 다양하다. 나는 책 내용을 훑고 목차로 바로 넘어가는 반면, 부모님처럼 작가의 말이나 작가의 이력을 보고 책을 고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끝나지 않은 의견 대립 이후, 나의 건강 상태가 지하로 곤두박질치며 대학에 관한 이야기는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엄마 아빠도 내심 포기했는지, 아니면 내가 짜증 내며 화를 낼까 봐 말을 안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나름 대학에 가지 않으려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를 대자면 내 몸뚱이 때문이었다. 내 내신성적으로는 수도권에 있는 대학이 아닌 먼 지방으로 가야 되기에 내가 다니고 있는 서울대 병원과 멀리 떨어지게 된다.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절, 졸도 그 이상의 일들을 상상하기 시작하니 두려워졌다. 또한 내 체력으로 대학에 들어가서 다른 학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며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대학에 가고 싶어 졌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수업이 인터넷 강의로 대체되고 있지만, 로맨스 드라마에 나오는 벚꽃 흩날리는 캠버스, 운명처럼 이루어지는 커플 cc, 활기찬 강의실은 언제나 내 로망이었다. 고등학생 때 하루빨리 또래 친구들을 사귀고 싶었던 나는 스무 살만 되면 친구가 저절로 생기겠지라고 믿었지만, 코로나가 창궐한 탓에 친구는 커녕 개미 한 마리 보지 못했다. 그리고 대학 공부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지난날과 달리 글을 전문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브런치에서 매주 글을 연재하려고 노력했던 나는 글쓰기에 대한 한계점을 느꼈다. 안일하게도 나는 독서를 꾸준히 하고,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저절로 글 솜씨가 나아질 거라고 판단했다. 그 생각이 나의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깨닫은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글을 배우기 위해서 문예창작 학원에도 다녀봤지만,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입시에 관련된 수업을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수업 방식이 아니었다. 다양한 글쓰기 모임에도 참여했지만, 글을 배우기보다는 글을 쓰는 것에 재미 붙이는 의의가 컸기 때문에 얼마 가지 못해 중단하기 일쑤였다. 나는 글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으면서 여러 장르를 습득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 없을까 생각하다 우연히 사이버대학원에 입학했다는 한 연예인의 기사를 읽고 손뼉을 쳤다. 그동안 난 사이버 대학에 대해 고민해보지도 않았고, 문예창작과가 없을 거라는 선입견에 찾아보지도 않았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찾은 뒤 나는 그 길로 원서 접수 마감 기한을 하루 남기고 자소서를 작성해 입학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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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 나는 뜻밖의 합격 소식을 듣고 일반 대학을 입학한 것처럼 좋아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처음 겪어보는 수강 신청에 갓 입학한 신입생이 된 것처럼 1시간 전부터 대기했다. 비교적 수월하게 교양 3과목과 전공 3과목을 신청하고 수업료를 납부했다. 무엇보다 나는 엄마와 아빠가 진심으로 좋아해서 기뻤다. 엄마 아빠는 내가 자소서를 작성할 때에도, 수강 신청을 할 때도, 첫 수업을 들을 때도 옆에 있어 주었다. 이렇게 나의 사이버대학생활은 갑자기 들이닥친 자가격리 시대처럼 얼렁뚱땅 시작되었다.
8월 31일 첫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었고, 우왕좌왕했지만 실시간이 아닌 녹화방송이어서 편히 시청할 수 있었다. 내가 신청한 강의는 강원국의 글쓰기 기초, 문명의 역사와 철학, 시 창작 세미나 등으로, 1차시 수업내용이 다소 생소하고 지루했지만, 영상이 나오는 동안 나는 이 커리큘럼을 통해 글을 좀 더 잘 쓰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수업을 통해 글의 다양한 장르에 대해서 깊이 배우고, 더 나아가 일반 대학에 편입해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욕심을 살짝 추가해서 소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