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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2시경에 응급실에
실려왔다
원인은 폐동맥
숨을 못 쉬었다
하얗게 질린 내 얼굴이
거울 속에 비춰졌다
응급차에 타고 나니,
‘내가 진짜 많이 아프구나…’
실감이 났다
결과는 입원
나한테 맞는 약을 만든다고 한다
ㅎㅎㅎ…
천장 위에서 허연 섬광이 번뜩인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달리는 차 안에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렸다. 뒷좌석에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응급대원이 앉아 나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간의 의자 옆 들것에 누워있던 나는 차가 덜컹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다. 졸곧 굳은 표정이었던 아빠는 연신 왼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송장처럼 굳어있었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얼마 후, 깍지 낀 내 두 손을 비집고 엄마의 온기가 얹어졌다. 나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려다 애통하는 엄마의 모습에 웃지 못했다. 문 밖에서 스며들어 온 시린 새벽 공기가 엄마와 아빠 얼굴의 그림자를 어둡게 적셨다. 삐요 삐요- 긴박한 사이렌 소리가 침묵의 공간을 애써 메꾸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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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이렇게 된 걸까.
새벽 3시 쯤에 잠을 자던 도중 배가 슬슬 아파왔다. 잠결에 10분가량 뒤척거리던 나는 이대로 잠들면 괜찮을까 싶었지만 고통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배를 부여잡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누군가 칼로 창자를 긁어내는 듯했다. 나는 아픈 배를 두 손으로 감싸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화장실로 향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전등을 켠 나는 변기 뚜껑을 올리고 변기 위에 앉았다. 차가운 변기 시트의 한기가 맨살을 파고들었다. 나는 변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복부를 위아래로 문질렀다.
송곳으로 장기를 찌르는 통증을 견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종아리가 저려왔다. 이제는 마음이 급해졌다. 화장실 안이 내가 뱉은 이산화탄소로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화장실 문을 열고 숨을 골랐다. 흐읍- 바깥 공기를 들이마셔도 부족했다. 폐에 물이 찬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굶주린 뱀파이어처럼 더 많은 산소를 들이켰다. 숨을 힘껏 마셔도 소용없었다. 얼굴에 열이 쏠리는 느낌이 든 나는 화장실 벽을 손으로 잡아 몸을 지탱했다. 본능적으로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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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숨이 안 쉬어져 ”
폐쇠공포증같은 증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죽음이 두려워진 나는 급히 잠자고 있을 엄마를 불렀다. 내 목소리는 어린 염소의 울음소리와 같았다. 엄마는 내 개미만 한 목소리를 꿈결에 들었는지 한걸음만에 달려왔다. ‘숨이 안 쉬어져.’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던 나는 뻐끔뻐끔 입모양을 벌려 엄마에게 내 뜻을 전달했다. 목에 힘을 주어서 말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허옇게 질린 내 모습을 본 엄마는 단숨에 내 말을 이해했다. 엄마는 집에 불이 난 사람처럼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불안해하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불안해졌다. 히어로를 부르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더니, 전부 거짓말이었다. 우리는 서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엄마는 다급해져 아빠를 깨우러 갔다. 하나로는 부족하니 둘이라도 머리를 맞대면 괜찮다는 거였을까? 허옇게 질린 내 얼굴을 본 아빠는 엄마와 똑같은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봤다. ‘도대체 내 얼굴이 어떻기에? 다들 말문이 막히는 거지?’ 아빠는 그 즉시 119에 전화하기 위해 안방을 나섰다. 창백하게 축 늘어져 있는 나를 나를 차마 볼 수 없었던 엄마는 묘책을 떠올렸다. “사혈을 해 보자.” 엄마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화장대 서랍 안에서 긴박하게 알코올 솜을 찾았다. 무언가를 떨어뜨렸는지 화장대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났다. 보이지 않아도 안방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무척 위태로웠다.
'사혈이든 뭐든 나 좀 살려줘. 이러다 죽겠어.' 죽음에 서서히 잠식되어 가고 있던 나는 힘겹게 뜨던 눈을 감으며 최대한 정신줄을 붙잡으려고 했다. 두 눈동자가 점차 빛을 잃어가고 물을 품었다. 화장실의 문짝과 손잡이가 점점 흐릿하게 보였다. 몸부림치고 싶어도 팔과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차라리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다고 갈망한 순간, 엄마가 사혈침 도구를 가지고 왔다. 혈색을 잃은 시퍼런 중지 손가락 끝에 시큼한 알코올이 묻었다. 사혈침을 쥐고 있는 엄마 손의 떨림이 나한테까지 전달되었다. 내리치는 침은 따끔하지도 않았다. 손가락은 동상에 걸린 것처럼 파랗게 부어있었고, 곧 썩은 시체의 회색 빛으로 변했다. 중지에서 엄지까지 다시 또 약지,새끼손가락까지 총 10개의 손가락에 작고 동그란 핏방울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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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혈침은 효과가 있었다. 나는 잠시 후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나를 집어 삼키려던 변기통 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왼쪽 세면대와 오른쪽 수건걸이를 잡고 천천히 일어났다. 화장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영락없는 처녀귀신이었다. 창백하게 질린 입술에서는 씁쓸한 피 맛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3분 전으로 돌아갈까봐 크게 들이마쉬지는 못하고 얕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숨이 쉬어지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지만, 죽음의 공포는 아직도 온몸을 배회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얼마 후 초인종 소리와 함께 119 구조대원들이 들것을 들고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은 생각보다 멀쩡한 내 모습에 당황스러워 했다. 그들은 괜찮은 것 같으니 나에게 두발로 걸어서 차를 타기를 제안했다. ‘아닌데! 나 아직 힘든데!’ 나는 아쉬운 표정을 하고 엄마 아빠 품에 기대 조심스럽게 한발 한 발을 움직였다. 부모님의 걱정과 달리 나는 쓸데 없이 잘 걸어갔다. 죽을 뻔했던 거 치고는 당장이라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동공에 이미 ‘걱정돼.’ 하고 쓰여 있는 엄마, 아빠와 달리 나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마음이 편했다. 나는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것 마냥 들떴다. '구급차 안이 이렇게 생겼구나. 되게 좁고 불편하네.' 처음 앰불런스를 탄 순간을 부릅뜬 두 눈으로 마음껏 즐기기로 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타보겠는가,... 아니지. 또 타게 될 일이 있으면 어떡하지?’ 마음 한 쪽이 뒤숭숭해졌다.
“눈 좀 붙여. 한숨 푹 자.”
두려움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는 잠을 청하려고 몸을 뒤척였다. 끔찍했던 순간들을 이불 밑에 덮어놓고 눈을 감으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무엇이든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내 노력에도 무심하게 사이렌 소리가 꿈 속 저 너머에서 까마귀처럼 까악- 까악 울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