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가 어때서요!

당당하게 미소 짓고 고개를 들자

by 오뉴월의 뉸슬


“곽시우 환자 검사받으러 가실게요.”


침대에 몸을 누우려는 순간, 병원 도우미가 병실 앞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계속되는 검사에 지친 나는 피로한 얼굴로 다 펴지지 못한 휠체어에 털썩- 주저앉았다. 양 발이 발판에 닿기도 전에 휠체어는 재빨리 뒤로 돌려졌다. 나를 태운 휠체어는 자전거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며 병원 복도를 벗어났다. 세차게 부는 바람에 나는 얼굴을 구겼다. ‘우와, 놀이기구 타는 거 같아. 퉁퉁퉁- 휠체어 바퀴가 굴러가면서 묵직한 소리를 냈다. '엄마 아빠는 잘 따라오고 계시나?' 부모님은 말없이 내 뒤꽁무니를 쫄래쫄래 따라가고 있다.


뒤쪽의 표정들이 궁금하다.



엄마와 아빠는 지금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까.



© varunkgaba, 출처 Unsplash








“9층입니다.”


두세명 정도의 사람이 탈 수 있는 공간이었다. ‘엄마, 아빠 정도는 충분히 탈 수 있겠는 걸?’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있는 내가 들어가려면 적어도 네다섯 사람 정도 태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걸어다닐 때는 아무리 공간이 없어 보여도 비집고 들어가다 보면 자리가 생겼다. 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나서부터는 그럴 수가 없었다. 남자 도우미는 다음 승강기가 올 때를 기다렸다 점점 지체되는 시간에 다른 승강기를 찾아 떠났다.


이렇게 휠체어를 타면 두 발로 걸을 때에는 몰랐던 불편함이 속속들이 보였다. 우선 휠체어는 손으로 밀어야하는 자전거랑 비슷하다. 휠체어도 혼자서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있고 제어를 할 수 있다. 자전거와 마찬가지 계단을 오를 수도 없고, 내리막길을 질주하다간 넘어질 수 있다. 그러나 휠체어는 도로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편이다. 오르막길은 보통 뒤에서 누가 밀지 않는 한 올라갈 수 없다. 또한 시멘트 바닥과 보도블록은 마감이 잘 되어있지 않아 최악의 장소이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휠체어 바퀴가 맞물리면 진동 벨처럼 몸이 덜덜 떨린다.



휠체어를 타고 부터 갈 수 있는 길보다 갈 수 없는 길이 더 많아졌다. 아예 걷지 못하는 분들과 달리, 나는 그래도 일어나서 몇 발자국은 걸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병원이 넓다보니, 입원실에서 검사실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입원하는 동안 나는 휠체어를 많이 이용했는데, 병원은 그래도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길이 곳곳에 존재했다. 그러나 내가 다니던 학교에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그런 경사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파트에 놓인 계단이 벽에 가로막힌 것 같다면, 휠체어를 타고 계단을 본 느낌은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다. 걷는게 당연한 걸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인 싯점부터 내 생활은 내 것이 아니게 되었다.






닫혀있던 출입문이 도우미님의 아이디카드로 열렸다. 휠체어는 다시 재빠르게 돌아가고 우리 가족은 입원실 옆에 있던 환자 전용 승강기에 올랐다. ‘이럴 거면 그냥 처음부터 여기로 오지.’ 허무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수월하게 검사실에 도착했던 나는 휠체어에 내리면서 고생했던 지난 날을 떠올렸다. 한달 전에는 휠체어를 아빠가 직접 밀었다. 우리는 병원 입구에서부터 쩔쩔맸다. 수동문을 아빠가 잽싸게 열고, 뒷쪽으로 와 휠체어를 밀려고 했던 순간이었다. ‘으악!’ 문이 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닫히고 말았다. '휠체어에 앉으니 문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네.' 답답했다. 우리는 간신히 문이 닫히는 타이밍에 맞춰 들어갔다. '오늘 일진이 사납네.'


삭막했던 엘리베이터 안이 환해지며 접수처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께서 나를 관심 있게 쳐다보셨다. 어린애가 휠체어에 타고 있는 게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들의 노골적이 시선에 내가 불편해 보이도 않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나는 뭐, 휠체어 타면 안 되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불편하고 힘들다는데. 휠체어는 다리가 불편한 어른들만 타야하는 전유물도 아니고.'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숨겼던 날들은 이제 없다. 오늘도 뻔뻔하게 사람들의 눈초리를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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