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바깥에 나가요
샐러드 파스타를 해 먹다.
집 밖을 나서지 않은지 벌써 일주일이 훌쩍 넘었다. 엄마는 침대 속에서만 뒹굴고 있는 나를 구제하려고 슈퍼마켓에 같이 갈 거냐고 물어보셨다.
“당연하지, 내가 무엇 때문에 머리를 감았는데.”
나는 물이 뚝뚝 흐르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꽉 쥐어짜며 기분 좋게 승낙했다. 우리는 오늘 아침 메뉴로 상큼한 샐러드 파스타를 해먹을 예정이다. 들뜬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오랜만에 햇빛 구경을 해보았다. 며칠이 지났다고 빠르게 변한 바깥 풍경은 녹음이 짙어졌다. 파란 하늘은 가을 하늘 못지않게 높고 선명하다. 가끔씩 산들바람이 불어오면서 옷가지들을 하나씩 흔들었다.
‘여름이네,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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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협에는 아침부터 신선한 재료를 얻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잔잔하게 선바람이 불어오는 밖과 달리, 안은 옷가지를 여며야 할 만큼 공기가 추웠다. “엄마, 샐러드 파스타에 뭐 뭐를 넣어야 돼?” 나는 매장 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일단 넣고 싶은 거 위주로.”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다 구석에 보이는 올리브 통조림 두 개를 꺼내 들었다. 하나는 검정색 올리브였고, 다른 하나는 연두색 그린 올리브였다. “엄마, 뭐를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올리브를 좋아하는 엄마를 생각해 파스타에 넣어 먹으면 맛있겠다, 생각했다.
“엄마는 왼쪽 꺼, 초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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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살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보물 찾기를 하듯이 숨은 식재료들을 찾아냈다. “엄마! 여기 사과, 엄마! 여기 오렌지도 있어!” 달달한 사과 한 박스와 붉은 양배추를 끝으로 순식간에 노란 바구니 안이 꽉 들어찼다.
‘헉, 샐러드 파스타를 해 먹기 위해 이렇게 많은 양이 필요할까?’
엄마는 신선 칸에서 로메인 한 봉지를 꺼내 들었는데, 나는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새싹 채소나 청경채가 더 괜찮을 것 같은데.” 엄마는 집에 아직 남아있다며 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렸다. “집에 조금 남아있을걸?”
이만하면 된 것 같으니 밑에 내려가가서 리코타 치즈나 사러 가자.
엄마와 나는 한살림에서 계산을 마친 뒤, 밑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마켓은 한살림보다 스무 배가량 더 컸다. 들어오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과일 코너는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 ‘아, 여기서 오렌지를 살 걸!’ 다양하고 풍부한 과일 종류에 나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엄마, 여기 체리 어때? 이건 집에 가서 먹을 거. 여기, 망고 포도(샤인머스켓)도 있어! 이것도 사가자.” 분홍색 껍질을 으스대는 용과부터 맛있다고 소문난 패션푸르츠까지 나는 여기가 천국이게 꺼니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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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가 아니야, 리코타 치즈를 사 가지고 들어가야지.’
과일에게 한참을 시선을 뺏기다 본래의 목적을 떠올렸다. 리코타 치즈는 우유와 생크림 등 유제품 코너에 떡하니 보관되어있었다. 나는 리코타 치즈를 빼들고 옆 과자 코너로 몸을 향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트윅스 초콜릿과 크런키 초콜릿이 빨간색 포장지를 반짝이고 있었다. “엄마, 이거 먹으면 안 되겠죠?” 엄마의 두 눈을 닳도록 보며 말했다. 엄마는 그런 내 눈빛을 보더니 정 먹고 싶으면 사도 된다고 하셨다. 나는 속으로 만세 삼창을 외치며 바구니에 초콜릿 뭉텅이를 집어던졌다.
집에 가서 바로 해 먹어야 되는 식재료들만 골라서 뺀 뒤, 엄마와 나는 두 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나왔다.
“엄마, 안 무거워요?”
“응, 이 정도는 괜찮아.”
샐러드 파스타를 먹기도 전에 나는 이미 지쳐버렸다. 계속된 음식 쇼핑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와, 엄청 힘들어.” 별로 걷지 않은 것 같아도 식품들을 찾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닌 탓에 이미 발바닥은 불에 타 항복을 외쳤다. ‘엄마 차를 가져왔으니까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나 도저히 못 버텼을 뻔했다.’ 나는 집에 가서 샐러드 파스타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에 한 번 더 경악했다.
'이제 더 이상은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