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비정상이야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함

by 오뉴월의 뉸슬

희귀병을 진단 받기 이전부터 내 몸은 비정상이었다. 나는 달리기만 하면 얼마 가지 못해 주저 앉기 일수였다.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달리기 경주를 하면 매번 꼴찌로 들어왔고, 달린 후에 두근대는 가슴을 만져보면 빠르게 요동치는 심장이 진정할 줄을 몰랐다. 친구들과 함께 정자에 앉아 쉬는 중에도 심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설마 나만 이런건 아니겠지.' 나 혼자서만 힘들어 하는 느낌이 들었던 나는 연주(가명)에게 왼쪽 가슴에 손을 대보라고 말했다. 폭주 기관차처럼 빠르게 뛰는 심박수를 감지한 연주는 화들짝 놀라며 나를 쳐다봤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괴물 같았다. '아, 나는 괴물인가?'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믿음이 확연해졌다. 내 존재 자체가 게임 속의 오류, 버그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나는 이 세상에서 태어나면 안 될 존재, 괴물 같은 건 아닐까?' 이런 사고는 학교에 갈 때 더 강해졌다. 어쩌다가 한번 가기 싫은 걸 꾹 참고 학교에 등교할 때면 운 나쁘게도 교복 치마나 두발 검사를 했다. 소식을 듣지 못한 나는 매번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상과 비정상 사이에서 점수가 매겨지는 기분이었다. '넌 비정상, 체크' 또, 선생님에게 가끔 가다 행동 지적 당할 때면 내 자신이 점점 초라해졌다. "목소리가 왜 이렇게 작아? 목소리 좀 크게 내!" 선생님의 시선 끝머리에 불량학생이라고 빨간색 표시가 그려져있는 것 같았다. 나는 학교에 가건, 가지 않건 목소리 이상한 애, 항상 결석하는 날라리 등 부정적인 수식어가 늘어났다.






한번은 내가 병원 진단서를 가지고 교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당시였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나도 방긋 웃으며 친구에게 인사를 했다. 그 친구도 선생님께 전달할 물건이 있는지 나와 같이 벽에 기대 선생님을 기다렸다. 조금 있다 심심해진 그 친구가 대뜸 나에게 왜 어제도 학교에 안 나오고, 왜 그제도 안 왔냐면서 왜 안 나오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쓴웃음만 삼켰다. "양아치야?"하고 친구가 물었다. 반 친구들이 나를 '학교 째는 날라리'처럼 생각할 거라고 알고있었지만 실제 말로 들었을 때와 달랐다. 충격적이었다. 내 입가는 석고상처럼 굳었다.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았다. 친구의 공격적인 물음에 나는 그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애는 전부 맞는 말을 했고, 나는 할 말이 없었다.


학년을 올라갈 때마다 나는 점점 불량 학생이 되어 가고 있었다. 결석이 많아지니 성적은 점점 바닥을 기기 시작했고, 담임선생님은 출석일수를 채우지 못하면 유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생님은 내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집으로 찾아오신 적도 있었다. 선생님은 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었고, 내가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고 상담 시간도 만들어주셨다. 하지만 나는 그런 선생님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연락 한 번 없는 친구들이 나를 많이 걱정하고 빨리 학교에 나오기를 기다린다고 애기할 때는 헛웃음마져 나왔다.


나는 성적도, 학교생활도, 건강 상태도 정상인게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교 생활이 어려운 것이었다. 그 간단한 걸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내 병과 증환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도 싫었다. 나는 이미 다르다는 말조차 이상하고, 괴물 같다고 들렸다. 나도 친구들과 같이 평범하고 보통인 '사람'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려면 우선 병이 없어야 된다. 나는 바랄 수 없는 걸 바랬다.


이따금 창 너머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1시간씩마다 울리는 학교 종소리는 죄인의 벌처럼 나를 옥죄어 왔다. 나는 암흑 속에 틀어 박혀 있으면서 학교가 끝날 때까지 방문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왜 나만 이럴까. 왜 나만, 도대체 왜..' 사람들이 나를 날라리라며 맹렬히 꾸짖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암막 커튼이 드리워진 깜깜한 방 안에서 그들이 던졌던 이야기들을 곱씹고 맞았다. 시계를 보니 7,8 시간이 금세 휴지장처럼 버려져 지났다. 딱딱.. 손톱에 피가 났다. 학교 종소리가 이미 내 치부인 병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날카로웠다.



‘너는 비정상이야, 너는 비정상이야.’



저 너머에서 아이들의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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