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PM으로 산다는 것: PMP 취득기(2025년)

PMP 취득 후기

by 수수

PM이라고 하면 Project Manager냐 Product Manager냐 헷갈릴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Project Manager를 의미합니다.


4~5년 된 숙원 사업이었던 PMP를 드디어 취득했다.


3년 이상의 실무 경력이 필요하고 응시료가 꽤나 비싼 것에 비해 이력서 한 줄이니, 커리어에 별 도움 안 된다느니 이런 저런 말도 많지만 근 1달 동안 자격증을 준비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처음 PMP를 접한 건 5~6년 전 쯤 재직했었던 모 IT회사였었다. 그때 PM팀 소속의 Project Coornadinator로 입사를 했었는데, 당시 회사에서 PM팀 인원들에 한해 PMP 인강 지원을 했었다. 당시 PMBOK 6판이었는데, 프로세스와 산출물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매우 어려웠다.


IT, 건설, 제조 프로젝트의 프로세스가 다 다른데(특히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는 Agile로 개발 하고 있었다.) 한 가지 프로세스로만 설명을 하니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너무 어려워서 수료증은 받았지만 도저히 공부할 엄두가 안났다.


그래도 강의 들은 게 아까워서 PMI에 일단 등록이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수료증은 등록이 되는데 경력이 안 맞다며 Audit에서 계속 reject 당하다가 이래저래 일이 바빠져서 그 후로는 잊고 지냈다.(가끔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


그러다가 작년 말, H그룹 계열사로 이직을 하게 되며 PMP가 사업부 필수 자격증+회사에서 강의비랑 자격증 비용을 다 지원해줘서 입사 초기라 좀 덜 바쁠 때 미리 따자는 마음으로 올해 4월에 강의를 듣게 되었다.


이미 기존의 수료증으로 등록이 된 상태라 수료증 발급을 위한 강의는 더 들을 필요가 없긴 했지만, PMBOK이 7판으로 개정된 데다 회사에서 강의비도 다 지원해주기 때문에 안 들을 이유가 없어 냉큼 강의를 신청했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정승원 강사님의 수업이었는데, 이전에 사업부에 PMP 따신 분들의 추천이 있어 나도 똑같이 그 분의 강의를 신청했다.

KakaoTalk_20250531_210354126.jpg PMP 교재

우선은, 굉장히 많은 내용을 5일만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수업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졸거나 딴짓 절대 금지) 직장인 특성상 따로 공부 시간 내기가 어려워서 최대한 수업 때 흡수+최대한 빨리 시험치자는 마음으로 진짜 오랜만에 초집중해서 강의를 들었다.


우선 강사님이 PM, PMO 경력이 길고 PMP 수업을 20년 가까이 하신 정말 믿을만한 이력이 있으신 분이었는데, PMBOK 6판 때 인강이 너무너무 지루했던 터라 좀 걱정을 했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수업이 정말 재미있고 몰입감이 좋았다.


설명도 잘하시고 무엇보다 실제 PM 경력이 기시기 때문에 실제 실무에서 느끼는 고충도 이해하며 수업을 하시기에 너무 재미있었다.(강의 때 여러번 말씀 하셨던 PM은 비상식적인 상황에서 몰상식한 사람들과 일 하는 사람이라는 게 너무나 공감이 됐었다.)


PMBOK 7판으로 넘어 오면서 프로세스나 산출물 보다는 리더십과 PM으로서의 마인드셋, 문제 해결 방법에 좀더 포커싱이 되었다. 너무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프로젝트 관리법도 계속 변하기 때문에, 특정한 프로세스로는 프로젝트 관리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개정이 되었다고 한다.(그리고 25년 8월쯤에는 8판으로 개정이 되는데, ESG, Sustainability가 더 추가 된다고 한다.)


여튼, 7판에서는 서번트 리더십을 굉장히 강조를 하는데, 어? 이거 뭔가 낯설지 않은 느낌이 난다? 싶었다.


나는 우연찮게 주니어 시절부터 개발 관리를 맡게 되었는데(project coordinator 몇달 하다가 직무를 바꿨다.) 시니어PM들이 종종 그러듯 권위로 찍어누르는 게 안 먹히는 나이라,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 팀원들을 살살 달래가며 민주적인 방법으로(eg. 다 모아놓고 회의하기) 그들끼리 협의하고 의견 일치 되게 유도하는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끌어왔는데 PMBOK에서 내가 꽤 괜찮은 방법으로 프로젝트를 끌어왔다고 얘기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맨날 말 안 듣는 팀원들 어르고 달래기, 바로 옆에 앉은 팀끼리 얘기를 안해서 중간에서 비둘기 역할 해주기, 사이 나쁜 팀 사이에서 등 터져가며 조율하기, 커피나 간식 사비로 사주며 응원하기 등등... 여기가 유치원이야 뭐야 내 프로젝트니까 참는다며 참을 인을 수십번 새기며 어렵게 프로젝트를 끌어왔었는데, 과연 내가 잘 하는게 맞는지 현타가 여러 번 왔었다.(시니어들의 말 한 마디에 척척 진행되는 걸 보면 더욱더 슬퍼짐ㅠ)


그랬던 지난 몇 년간의 내 노력에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그건 꽤나 감동적이었다.


KakaoTalk_20250531_210257820.jpg PM들의 성지 피어슨센터


여전히 이 자격증이 쓸모가 있니 없니 많은 말들이 있지만 그래도 준비 과정에서 나처럼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자격증이 아닐까 한다.


5일 간의 강의를 통해 자격증 취득뿐만이 아니라 내 직무와 커리어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또 PM으로서의 자신감도 가질 수 있었기에 너무나 의미 있었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 5월, PMI로부터 인정받은 PM이 되었습니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2차 누수 전쟁, 그리고 또 곰팡이 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