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가 안 좋을 줄 예상은 했지만.....
경매 유튜브, 책을 보면 명도에 대해 여러 설명들이 많은데 낙찰 받자마자 찾아가는 사람도, 잔금 납부 후 진짜 내 집이 된 후에 가는 사람도, 점유자와 대면 하는 사람도, 문자로만 연락하는 사람도 정말 다양한 유형으로 명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는 경매 사장님이 잔금 납부 후 내 집이 된 이후에 가는 게 좋다고 하셨고 또 명도는 사장님이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한 시름 놓고 있었다.
"점유자는 배당 기일에 나갈거고 그 날 오후부터 그 집에 가면 됩니다."
경매 사장님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명도에 대해선 완전 마음을 놓고 인테리어부터 알아보기로 했다.(그 전까지는 바깥에서만 집을 봤는데 집 바깥에서 추정한 집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고, 또 나이 많은 세입자가 6년 넘게 살았던 점으로 미루어 보아 집 상태가 좋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여 올 수리를 각오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H사 대리점에 방문해서 자재 구경 및 상담만 받아볼 요량이었지만 상담실장이 굉장한 기세로 밀어붙여 계약금 10%를 걸게 되었다. 그땐 집 확인도 안한 상태라 계약 결정하기 부담스럽다고 했었는데 상담실장이 견적 거의 안 바뀔거다 최대한 잘 챙겨주겠다 등등 밀어붙이는 통에+나 혼자 상담 받으러가서 뭔가 말려든 듯 했다. 다음 날 이건 아니다 싶어 계약 취소 요청을 했는데 상당한 실랑이 끝에 결국 취소하고 계약금은 돌려받았다.(지금 생각하면 잘 취소한 것이 여기서 했으면 처음 견적보다 최소 천오백 정도는 더 붙었을 듯)
그때 H사 말고 대략 상담을 받아본 P업체와 진행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H사 실장이 그런데 다 사기다, 돈만 받고 잠수 탄다는 식으로 나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언제 리모델링 들어갈지 모르는 소형 아파트에 그렇게 많은 돈은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직장 다니면서 업체 알아보기가 너무 힘들었던 나머지+세입자랑 명도 협의가 안된 상황에서 인테리어 견적을 위해 여러 번 집에 방문하기 어려워 그냥 P업체와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경매 사장님께 말씀 드리고 P업체와 같이 방문을 했는데 상상보다 좀더 나쁜 상황이었다.
우선 천장에 누수가 상당했으며
(일주일 후 다시 방문한 집에 곰팡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서 날 절망하게 했다.)
비싸서 교체할까 말까 고민했던 샷시는 깨진걸 대충 필름같은걸로 붙인 상태였다.
또한 사진은 없지만 화장실 앞 바닥, 문턱도 곰팡이로 새까맸다..
P업체 사장님과 둘러본 후 신발장과 방 창문만 빼고 전체를 다 바꾸는 대 공사 견적을 짜게 되었다.(하지만 이 것도 공사 진행 하면서 공사 범위가 조금 더 늘어나게 되었다.) 물론 누수라는 문제가 남아있긴 했지만 잘 해결되리라는 믿음 아래 인테리어 공사 준비를 시작했다.
벽지, 장판, 타일, 주방 수납장 컬러, 싱크대 상판 색상, 수전, 조명... 3주 간의 공사 후 완전히 탈바꿈 할 나의 집을 상상하며 자재 고르는 것은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아마 집 매수를 할 때 가장 재미있고 신나는 시간이 이 시간이 아닐까 한다. 이 때의 나는 추후 인테리어 하자로 골머리 썩을 것은 정말 꿈에도 모르고 신나게 이런저런 인테리어 후기를 찾아보며 즐거운 꿈에 빠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