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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꿍 Jan 11. 2022

이별은 아프기만 할까?

나 자신을 사랑하자 <3

삶을 살면서 많은 이별을 경험하게 된다. 가족과의 이별을 하게 될 수 도 있고, 반려견과 이별을 하게 될 수 도 있고, 키우던 식물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이별을 하게 될 수 있다. 수많은 형태의 이별이 있지만, 이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형태 중 하나인 '연인 간의 이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살 첫 연애를 시작하면서 적지 않은 헤어짐을 겪었지만 이별이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느꼈던 경험이 있다. 때는 직장인 3년 차, 25살이었을 때다. 대학을 칼 졸업하고 취업을 한 덕분에 일찍 사회 물이 들었지만 회사에서 소개팅을 받기에는 나이가 어려서 연인을 찾기 어려운 시기였다. 이 가뭄 같던 시기에,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친한 친구가 괜찮은 오빠라면서 26살 대학생을 소개해줬었다.


당시 나의 경우, 회사에 취업한 이후, 별다른 발전이 없고, 같은 일상만 반복적으로 사는 것 같아서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반대로 소개팅으로 만난 대학생 남자 친구의 경우, 졸업 후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고 큰 꿈이 있었다. 그리고 지치지 않고 삶에 활력이 있어 보였다. (생각해보면 직장인과 대학생의 저녁시간 활력은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당시에는 그 모습이 멋져 보였다.) 


대학생 남자 친구와의 연애는 직장인 남자 친구와는 사뭇 많이 달랐다. 사람 성격의 차이였을 수 있지만, 매일 데이트를 하는 것은 물론, 다음 날 출근을 걱정하지 않는 패기로 새벽까지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침마다 카톡으로 먼저 아침인사를 하고, 삶의 여유가 있어서인지, 아침 카톡도 활기차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힘을 나게 해 주었었다.


너무 빠르게 불타올랐던 탓일까, 나의 체력이 점점 지쳐오기 시작했었다. 연애 4일 차에는 회사 동기로부터 이런 소리도 들었다.

"요즘 일이 많이 힘들어?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겠어!"

당시에는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인들에게 연애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었다. 대학생 남자 친구와 매일같이 데이트를 늦게까지 하다 보니 체력에 한계가 왔던 것이다. 후일담이지만, 추후에 데이트하느라고 다크서클 생겼다는 사실을 들은 동기 언니는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일로 나를 놀리곤 한다.


이 일을 겪은 후로는 연애와 일상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데이트 횟수도 조절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런데 이 시기, 그렇게 애정표현을 과할 정도로 많이 해주고, 매일 데이트를 하자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던 남자 친구가 변하기 시작했다. 카톡을 해도 30분을 넘지 않던 답장이 5시간은 훌쩍 넘어서 왔고, 전화를 해도 부재중으로 남을 뿐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대학교 기말고사 기간과 겹쳤던지라, 공부하느라고 그런 걸거라 참고 기다렸지만, 결국 기말고사가 모두 끝나고 나서 나에게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당시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너무나도 잘 만나다가 3개월 만에 확 변해버린 남자 친구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해도 본인이 변했다는 등 논리적이지 않은 이유만 늘어놓았다. 매달리기도 해보고, 마음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애걸복걸해보았지만 그는 매몰차게 떠나버렸다. 


헤어지자고 말한 당시,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고, 오랜만에 잘 맞는 인연을 만났었기에 그 후폭풍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의외로 아픈 마음은 하루 만에 정리가 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연애기간이 짧았기에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연애기간 그리고 헤어질 때, 아쉬움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회복을 빨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남자 친구가 기말고사 기간 잠수를 탔을 때, 퇴근 후, 그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사고, 편지를 넣어 그의 자취방 앞에 두고 온 적이 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매너 없는 놈한테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깝다 싶지만, 그래도 이러한 행동이 있었기에 이별에 후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헤어질 때도, "마음 정리할 수 있게 한 달 만이라도 더 만나줘" 등 구질구질한 언행을 많이 했는데, 이 또한 이불 킥 기억이지만, 그래도 잡을 만큼 잡았기에 이별을 좀 더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이 이별을 겪으면서 내 주위에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고, 이 덕분에 나 또한 몹시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잠수 이별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에선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이 되어 퇴근하면 매일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해보곤 했다. 잠수 3일 차 정도 되었을 때, 역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었다. 당시 너무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서 친한 동기 오빠에게 전화를 했는데, "무슨 일이야, 막내야!"(동기 중 막내이다 보니, 동기들이 종종 이렇게 불러준다.)라는 한마디에 울음이 터져 전화기를 붙잡고 길거리에서 엉엉 울었었다. 그리고 이 통화가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가족 이외에 제일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남자 친구가 오히려 나에게 상처를 주고, 생각지 못했던 동기 오빠가 나를 많이 걱정해주고 신경 써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큰 위로가 되었었다. 우주가 무너져내리는 느낌에서 새로운 빛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 연애를 하다 보면,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헤어짐으로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별의 경우,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괴롭기 때문에 나쁜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헤어짐이 있어야 새로운 만남이 있다는 것처럼 이별을 겪으면서 나 자신도 성숙해지고, 그동안 간과하던 내 주위도 되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별을 당장 겪으면 마음이 아픈 건 모든 사람이 동일하다. 나의 경우, 이별을 6번 정도 경험했는데, 크기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매번 아팠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나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다. 연애를 할 경우, 상대방에게 나의 관심이 모두 쏠려 있었다면, 이별 직후, 나의 관심은 오로지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자존감 회복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시기, 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기면서 연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이별을 겪은 분들의 경우, 마음이 찢어지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시간이 약이라는 조언보다는 '많이 아프지?'라는 공감과 함께, 많이 아파하는 나 스스로를 돌봐주고, 아껴주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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