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꿍 Jan 12. 2022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서...

한 번 사는 인생, 차선책에 만족하지 말자!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느 사람과 결혼을 할지, 어느 직장에서 돈을 벌지, 주말에 어느 곳으로 놀러 갈지 등 사소한 것부터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정도로 중요한 선택들도 있다.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선택 중 나의 20대에서 가장 중요했던 사랑과 직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대 초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할 정도로 나는 연애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여행지로 놀러 가더라도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느낌은 완전히 달라진다. 하물며 몇십 년을 함께하게 될 배우자는 삶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클 것이다. 이에 따라 나는 타협하지 않고 완벽한 나만의 왕자님을 찾겠다고 꿈꿨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 남자는 자격지심이 있고, 이 남자는 바람기가 있고, 이 남자는 자기 관리를 너무 안 하고.. 등등 연애를 할 때마다, 완벽을 사람을 찾다 보니 상대방의 단점들이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그리고 3번 정도의 연애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내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듯, 세상에 완벽한 나의 짝은 없다. 맞춰가면서 만나자.'


사고방식을 바꾸고 나서는, 남자 친구의 단점이 보여도 참고 좋은 점만 보려고 노력했다. '가끔씩 연락이 두절되어도 괜찮아, 함께 있을 땐 나를 엄청 잘 챙겨주는 걸', '여사친이 많고, 단둘이 술을 마셔도 돼, 나를 많이 사랑한다고 했어.' 등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나의 자존감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다. 불안함과 걱정스러움이 가득하지만, 장점도 많고, 이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이러한 행동은 불안한 연애로 이어졌다. 상대방의 사랑에 대한 믿음은 점점 약해지고, 헤어지면 다른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당장 하고 있는 연애에 더 집착하게 되었다. 연애를 하는 이유가 '상대방이 좋아서'와 같은 긍정형이 아닌 '상대방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 것 같아서'와 같은 부정형으로 바뀌었다.


20대 중반에서 후반이 되면서는 '직업' 또 다른 중요한 존재로 떠올랐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내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하루의 절반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취준 시절, 대학교에서 배운 전공'경제학'을 살려, 안정적이면서도 어느 정도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 회사를 골랐고, 운이 좋아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없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서만 일을 해야 했다. 상명하복의 문화가 아직 많이 남아있어,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위에서 요구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결과를 만들어 보여야 했다. 회사 문화적인 부분은 참고 지나가더라도, 일을 해보니 내가 금융권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열심히 집중하는 사람들이 출연한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신현지' 모델님을 보면서 생각이 정말 많아졌었다. 그녀가 패션쇼를 위해 파리에 갔던 모습을 담았는데, 그녀의 삶은 런웨이 위처럼 멋있기만 하지는 않았다. 패션쇼에 서기 위해, 수십 개의 브랜드에 가서 면접을 보고, 떨어지는 좌절도 맛봤다. 식사를 하려고 하면, 새로운 면접이 잡혀 제대로 음식을 먹지도 못했고, 쉬려고 하면 또 다른 일정이 잡혀 퇴근도 밤이 다 되어서야 했었다. 체력적, 정신적으로 정말 쉽지 않은 일정이었는데도 그녀는 직업 만족도에 99%를 주었다.


나에게 지금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다면, 70%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책임이 질 수 있을 정도로만 공부를 하고, 그 이상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열망이 일지 않는다. 또한, 출근과 동시에 시계만 바라보며 언제 저녁 6시가 되나 오매불망 퇴근시간만 기다린다. 주위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대부분 이렇게 대답한다. '다 그렇게 살아, 99% 만족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야.'


하지만 나는 이러한 태도가 연애에서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아서'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더 좋은 직업, 직장을 찾기 어려울 것 같아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포기할 것이 너무 많아져서, 어쩔 수 없이 다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한동안 정신 심리상담을 고민할 정도로 우울함도 찾아왔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까지 나는 많은 노력과 시도 덕분에 자존감도 회복하고,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아도 '나에게는' 완벽한 왕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직업도 두려움을 줄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시도를 통해 직업 만족도 99%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최근에 유튜브, 온라인 강의 등 언택트로 다양한 분야를 쉽게 경험해볼 수 있게 되었다. 퇴근을 하면 피곤함에 게을러져 하려고 했던 일을 미루게 되는데,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하듯이, 꾸준함의 힘으로 나에게 완벽한 직업을 찾아보고자 한다.

작가의 이전글 이별은 아프기만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