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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g Apr 23. 2022

달라도 괜찮을 수 있는 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나의 여러 정체성  눈에 띄는  가지는 소수 집단에 속한다. 그중 제일 두드러지는 속성은 동양인. 지금 살고 있는 독일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나는 한눈에 ‘다름 보이는 동북아시아인이다.


압도적인 절대다수의 타자가 있는 공간에서 절대 소수자로의 나는 어떤 태도를 취할 수 있을까. 일에서, 일상생활에서, 어느 상황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이는 물론 달라진다. 재미있는 건 나는 이 다양한 대응 양식 중 비교적 쉽게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인 ‘다수 그룹으로의 적응’을 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일부러 독일에서의 사는 방식을 따르지 않으려고 하거나, 이곳의 문화나 생활양식에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리라..! 하는 비장한 마음가짐도 아니다. 그냥 내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을 뿐이다.


어느 순간 든 이 의문으로 시작해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이유로 추정되는 것을 찾아냈다. 서른 살에 독일에 오기 전까지 나는 그 어느 속한 그룹에서도 소수자였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수자들의 눈치를 보거나 다수의 결정을 따르고, 그들의 방식대로 행동해야 했던 적도 없었다. 이렇게 삼십 년을 살았으니, 모드 전환이 쉽게 될 리가.


이렇다 보니 지금처럼 살게 되었다. 이곳 사람들이 빵과 케이크를 자주 먹는대도 나는 밥을 주식으로 먹는다. 잔인한 것을 싫어하기에 국민 드라마라는 타토르트 (Tatort. 범죄 드라마임)는 한 번도 본 적 없다. 하지만 타국 살이이니만큼 나에게는 아니지만 이곳에서 무례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숙지하고 배워서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독일에서 산다는 것은 나의 사고 및 행동 방식을 독일식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익숙한 방식에 이곳의 좋은 것들을 더해 나의 생활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독일 생활이 한국 생활의 반(反)은 아니지만 나름 소소한 정-반-합이랄까. 그 중심에는 소수자 경험이 없었다는 부족함이 있다. 이제 막 시작한 소수자의 삶에서 나는 전에 몰랐던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지만, 탄탄한 중심 덕에 휩쓸리지는 않는다. 이 장점은 유지하되, 다른 측면의 소수자 입장을 쉽게 간과할 수 있다는 단점을 늘 유의하려 주의하는, 그런 독일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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