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지만 어느 날부터 남편이 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특히 겨울에 접어들며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너도나도 오마카세니 스시집이니 횟집이니 다니면서 소셜 미디어에 회 사진을 많이 올린 후로 부쩍 그렇다. 열심히 혼자 조사를 하더니 오마카세에 가까운 회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뉘른베르크에. 하지만 역시 인기 맛집이라 그런지 예약조차 힘들었다.
일식집 위주로 열심히 회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다가는 결국 집에서 회를 먹자는 결론을 냈다. 나름 평이 괜찮은 일본 음식점에서 스시(라고 부르는 캘리포니안 롤)도 몇 번 사 와서 먹었다. 하지만 ‘조금 괜찮은 정도’의 생선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결국 가장 일본과 비슷한 품질의 횟감을 살 수 있다는 곳에서 백 여 유로를 질렀다. 네덜란드에 있는 곳이다. 독일로는 한 달에 한 번 배송을 한다고 하는데, 그 달의 배송일을 놓쳐 다음번까지는 3주를 넘게 기다려야 했다. 받은 후 신선할 때 빨리 먹어야 할 것 같아 날짜를 정하고 친구들에게 공지했다.
유럽의 회 가격인지라 한국에서처럼 큰 상으로 나오는 횟집 분위기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친구들 몇 명과 함께 다른 음식을 곁들인다면 충분히 먹을 수 있겠지? 생각했다.
오마카세 컨셉으로 음료 메뉴와 오늘의 메뉴를 각 자리에 준비했다. 약간의 농담으로 오마(Oma: 독일어로 할머니) 카세이니 유럽 할머니집 풍의 식탁보를 깔았다.
메뉴에 적힌 순서대로 하나씩 대접한 회.
작년 한국에서 생애 처음으로 오마카세를 접한 남편은 그때 본 셰프의 칼놀림을 따라 해 보았다고 한다. 참다랑어 속살은 너무 부드러워 자르기 조금 힘들었다고는 하지만 처음으로 잘라본 것 치고 훌륭했다.
친구들이 가져온 탕수 만두에 (탕수육 소스를 직접 만들다니!!) 마울타셴을 곁들이고 환상적이었던 고구마 푸딩 케이크로 마무리하니 미식 천국이었다. 과일 라들러와 와인을 곁들여 마시며 마무리는 파파야 펑리수와 과일이 함께한 티타임까지.
그저 회가 배달 오는 날짜에 맞춘 것뿐인데 어쩌다 보니 설 연휴와 겹쳤다.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좋은 음식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니 정말 명절 분위기가 났다. 우리 집은 그리 넓지도 않을뿐더러 의자 부족 문제로 가장 이상적으로는 세 명까지밖에 초대할 수 없다. 남편은 그 덕분에 더욱 오마카세 느낌이 나지 않냐고 했다. (자리 다 차기 전에 빨리 예약해야 함.)
모두들 새 회를 처음 입에 넣을 때마다 탄성을 내지르며 미미 美味 를 느꼈던, 성공적이었던 첫 크리카세. 회 말고도 다른 것들도 다양하게 시켜보았는데 고추장 양념 고등어는 가격도 좋은 밥도둑이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생선을 자주 시켜 먹게 될 것 같다. 아, 웃픈 사실 하나는 아무도 집에 초고추장이 없고 구하지를 못해서 집에서 직접 초고추장을 만들어서 먹었다는 점. 독일에 살면 초고추장도 직접 만들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