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독일어 공부, 독학 시기 (~A2)

by m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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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독일에 있는, 독일 회사에서, 독일어로, 독일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다.

그만큼 독일어라는 게 매일매일 부딪히는 장벽이기도, 항상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는 애증의 존재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독일 취업 준비와 취업 후 회사 생활 이야기에 앞서 독일어 공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독일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그것을 위해 독일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나는 한국이 아닌 중국에 있었다. 석사 과정 2년 차로 논문 준비를 하면서 인턴을 하고 있었고, 마지막 한 해동안 최대한 중국어를 배워가려고 하던 시점이었다. 곧, 독일어 공부가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으며, 쉽고 저렴하게 독일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나는 중국어를 간신히 왕초보만 뗀 채로 중국에 도착했었다. 중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언어가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틀렸다. 어린 나이에 중국인들 사이에 둘러싸여 생활을 해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었고, 내가 만나는 중국인들은 내가 중국어를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 영어나 심지어 한국어로 이야기를 했다. 중국어를 안 써도 생활이 그럭저럭 가능하니 그대로 1년이 흘렀다. 그래서 2년 차 때 부랴부랴 중국어를 얻어가려고 하던 차였다. 그래서 독일어를 하나도 모른 채로 독일에 도착하면 스스로도 힘들고, 결국 영어로만 소통이 가능한 방울 안에 갇혀있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래서 느리더라도 조금씩 독일어 문맹을 탈출하려 노력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다는 점을 이용해 처음에는 교내 독일어 수업을 신청했다. 그런데 안 그래도 처음 접하는 외국어를 중국어로 배우니까 더 혼란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래도 문법 용어들은 한자어가 많아 중국어랑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이징의 괴테 인스티튜트도 알아보았는데 가격이 세상에 서울 괴테의 두 배였다. 학교에서 거리도 너무 멀었고, 그 정도의 돈과 시간을 투자할 만큼 독일어가 최우선 순위는 아니었기 때문에 깔끔히 포기하고 독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독학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다. 한국에서 독일어 기초 책을 구해오기도 했고, 독일어 인강도 들었고, duolingo도 썼으며, 유튜브에서 온갖 독일어 가르친다는 채널은 다 뒤져보았다. 이 여러 가지 방법을 띄엄띄엄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에 사실 정말 내 기초 독일어를 다져준 것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 독일어를 한국어로도, 중국어로도, 영어로도, 독일어로도 배웠기 때문에 문법 용어들이 헷갈리기도 했다. 그 사이에 나는 정말로 논문을 마무리하고, 대학원 졸업을 하고, 중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등 정신이 없이 지냈다. 몇 달 동안 개인적으로 바빠지면서 독일어 공부를 완전 놓았었는데, 그러고 나니 이제 완전 독일어가 0인 수준은 벗어난 것 같은데 정확한 내 수준을 모르겠는 문제가 생겼다.


방법은 간단했다. 그냥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

독일 오기 직전까지 몇 달은 시간이 좀 나고 몇 달은 너무 바쁜 패턴이 반복되었고, 시간이 조금 날 때마다 한국어로 된 독일어 인강과 Deutsche Welle에서 제공하는 Harry 시리즈를 정말 매일매일 봤다. 딱히 필기를 하거나 복습을 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그냥 개인적인 공부 스타일일 뿐이다. 인사말과 자기소개부터 다시 시작하는 Harry 시리즈를 끝낸 건 독일에 온 지 몇 주가 지나서였다. 미리 어느 정도 공부를 해 놓고 오고 싶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독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도 거주증 등 행정 절차를 위해 붕 뜨는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을 활용해 이번에는 Deutsche Welle의 또 다른 초급 시리즈인 Nicos Weg을 보기 시작했다. 그것도 정말 거의 매일매일 봤다. Harry보다 더 잘 짜인 구성으로, 단어와 회화, 독일어 자격증 시험 준비까지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Nico과 그렇게 몇 주 간을 함께하던 중 드디어 독일 거주증을 받게 되었고, 가까운 독일어 학원에 가서 등록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한 후 레벨테스트를 보았다. 지금까지 혼자 공부한 독일어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 내심 A2 반으로 가라는 얘기 정도는 듣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2주 뒤에 시작하는 B1반으로 시작하면 될 것 같다는 결과가 나왔다. 두 달 수업을 듣고 나서 Telc DTZ A2/B1 시험을 보는 반이라고 한다. 혼자 공부를 꽤 했더니 이제 듣기와 문법, 단어들은 익숙해졌지만, 소리 내어 말 한 번 해본 적 없는 반쪽짜리 독일어로 바로 B1 준비를 시작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부딪혀보면 알 수 있겠지. 드디어 독일어 학원에 가서 매일매일 열심히 독일어를 배울 수 있겠구나, 나와 같이 독일어를 배우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기대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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