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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담은 독일 밥상 1월: 케일 Grünkohl

독일 북부의 대표 식재료

by mig

12월의 글뤼바인 향이 옅어지고 북적거리던 크리스마스 마켓의 반짝이는 불빛들이 한 해의 끝자락에 맞추어 사라지고 나면 이곳 뮌헨에는 고요함이 내려앉는다. 11월 중순부터 모든 집과 거리를 안팎으로 채우던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는 바글바글 끓던 찌개가 한 김 쉬어가듯 차갑고 맑은 공기 한 겹을 덮는다. 눈 딱 감고 달달하고 든든한 크리스마스 음식에 글뤼바인을 즐기던 사람들은 1월 한 달간 금주를 선언하기도 한다. 고요하고 거룩한 밤은 12월보다는 1월에 걸맞은 것 같다. 도시 전체가 겨울잠을 자는 듯한 이 시기엔 새해를 맞아 지난해의 회고와 자아성찰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집 밖에서 열리는 큰 이벤트도 없고, 친구들과의 약속도 왠지 덜 계획하게 되는 1월의 독일 음식은 그륀콜 Grünkohl, 케일이다.


독일에 오기 전 나에게 케일은 건강한 초록색 스무디에 들어가 있는 ‘잎사귀’ 중 하나 정도였다. 독일에 오고 나서야 니더작센이나 브레멘 등의 북독일에서는 케일이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겨울철의 상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케일의 공식적인 제철은 첫서리가 내린 후인데, 추위가 케일 잎에 달콤함을 더하기 때문이란다. 케일의 역사는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길고 어두운 겨울 동안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양 공급원이 되어주었다. 전통적으로 독일 북부에서는 잘게 다진 케일을 훈제 돼지고기 소시지, 베이컨과 함께 몇 시간 동안 끓여 만든 진한 스튜를 만들어 든든하게 겨울 추위를 났다. 아직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북쪽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이 스튜 또는 케일을 활용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고도 한다. 올덴부르크 시에서는 매년 케일의 '왕'과 '여왕'을 선발하고, 콜파르트(Kohlfahrt)라고 불리는 북독일의 전통적인 겨울 하이킹은 케일 잔치로 마무리한다고 하는데, 등산 후 오리백숙과 도토리묵을 먹는 한국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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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사는 사람. IT 회사 다니며 0세 아기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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