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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담은 독일 밥상 2월: 크랍펜 Krapfen

베를린 팬케이크

by mig

고요한 1월이 지난 뒤 다가오는 2월은 달콤함이 시작되는 달이다. 바로 크랍펜 도넛의 시기이기 때문. 내가 살고 있는 뮌헨을 포함한 독일 남부 지방과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를 크랍펜 Krapfen이라고 부르지만, 베를린을 비롯한 그 외 지역에서는 같은 도넛을 베를리너 Berliner라고 부른다. 18세기 베를린, 프리드리히 대왕의 포병이 되고 싶었지만 적합하지 않아 제빵사가 된 한 사람이 포탄 모양으로 빵을 만들어 튀긴 후 잼을 채워 넣은 것이 이 도넛의 시초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베를린에서 탄생한 도넛이기 때문에 베를리너라 불리게 된 것이다. 전체 이름은 베를린 식 팬케익이라는 Berliner Pfannkuchen인데, 어느 부분이 팬케익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2월에 도넛을 먹는 종교적, 역사적 이유는 사순절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하며 40일 동안 금식을 하며 회개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에는 육식을 포함한 유제품, 설탕 등의 기름지고 칼로리가 높은 음식 섭취가 금지되는데, 이 금식을 시작하기 전에 집에 남은 버터, 달걀, 설탕 등 앞으로 당분간 먹지 못할 재료들을 모두 소진하기 위해 크랍펜 도넛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기독교에서 유래한 전통이기 때문에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폴란드에서는 사순절 직전 목요일을 '기름진 목요일(Tłusty Czwartek)'이라 하여 ‘폰치키(Pączki)’라는 도넛을 먹는다. 폴란드 동료들이 '도넛 데이'라며 이 전통을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이 외에도 스페인의 '미트볼 화요일(Martes de Carnaval)', 이탈리아의 '살찐 화요일(Martedì Grasso)' 등 사순절 직전 풍성하게 음식을 즐기는 문화는 기독교 기반의 유럽 여러 나라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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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 사는 사람. IT 회사 다니며 0세 아기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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