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마늘과 장아찌

다행스럽게도 평화로운 식탁

by mig

독일에서 사는 나에게 마늘은 참 중요하다. 어떤 느끼하고 삼삼하고 뭔가 아쉬운 듯한 음식이라도 마늘을 넣으면 풍미가 살아난다. 한국 슈퍼 또는 아시아 슈퍼라도 가야 구할 수 있는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보다 훨씬 구하기도 쉽고, 가격도 저렴하다. 1 유로면 마늘 몇 개를 사고도 거스름돈을 받는다. 내 기준으로는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그만큼 소중한 식재료다.


남편은 마늘을 나보다 잘 먹는다. 그가 우리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놀라게 한 것은 김치나 떡볶이, 불닭볶음면을 잘 먹어서가 아니었다. 삼겹살을 먹으러 갈 때 쌈장과 파절이와 함께 생마늘을 넣어 쌈을 만들기 때문이다. 아, 그가 된장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허브 치즈와 섞은 된장 치즈 소스 같은 걸 만들어 빵에 발라먹거나 파스타랑 먹는다는 사실 또한 소소한 충격을 주었다. 나는 생마늘을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재료로 작게 들어가 있거나 어쩌다가 먹는다면 모를까, 스스로 생마늘 한쪽을 내 입에 넣은 적은 없다. 그는 강적이다.


일반적인 독일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마늘은 분명 인기 있는 식재료는 아니다. 독일 사람들이 요리에 자주 쓰는 재료도 아니고, 익숙한 향도 아니기 때문에 마늘 향 감지력도 남다르다고 한다. 낯설고 흔치 않을 뿐 이곳 사람들이 마늘을 못 먹는다는 건 아니다. 어느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살 수 있고, 마늘이 들어간 유럽 음식을 쉽게 여럿 떠올릴 수도 있으니까. 다만 우리가 사무실이나 대중교통에서 고깃집 냄새를 풍기는 사람을 감지하듯 마늘향이 난다는 것을 감지하는 것뿐. 어느 향이나 어느 먹을거리가 그렇듯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다만 아직 주변에서 직접적으로 보고 들은 적은 없다.


어쨌든, 마늘이라는 존재감 강한 녀석이 다소 튀는 성격을 갖고 있다 보니, 다음날 회사에 가야 하는 평일에는 마늘을 먹지 않는다. 너무 먹고 싶으면 한 쪽 정도 요리할 때 넣는다.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오전까지는 아낌없이 마늘을 팍팍! 주방 전체를 마늘 향으로 채우기도 한다. 주어는 우리 시어머니.


어머님과 아버님은 각자 독일인, 헝가리인이라는 정체성도 확고하고, 항상 그렇게 생각하며 자라오셨지만 20대 초반까지는 루마니아에서 보내셨다. 루마니아에 정착해 살고 있는 독일인 이민자와 헝가리인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전통은 본국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변하기도 하였다. 식탁에서 볼 수 있는 그 가장 큰 변화는 마늘과 장아찌다. 독일에도 발효시킨 양배추인 자우어크라우트, 치킨무 느낌이 나는 크라우트잘라트 등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다른 피클류를 즐겨 먹지는 않는다.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의 이 마늘 및 피클류 사랑이 나의 독일 식생활 적응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게다가 헝가리는 파프리카가 상징과도 같은 나라 아닌가. 독일 소시지와 달리 헝가리 소시지는 더 매콤하다.


매운맛을 좀 좋아한다는 것 말고 내 입맛이 딱히 엄청나게 한국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김치 없이 고기와 감자로 가득한 식단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나는 고기”만”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스테이크부터 장조림까지 다 즐기지 않는다. 독일로 이사를 온 후 한국 친구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이 음식 때문에 힘들지 않냐는 말이었는데,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음식이 입에 안 맞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항상 파프리카나 마늘로 어느 정도의 매콤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조금 심심하거나 고기가 위주인 음식을 먹어도 어머님 아버님이 항상 종류별로 구비해 두시는 피클류가 훌륭한 장아찌 반찬이 된다. 가끔 마늘 반 아보카도 반인 가도 싶은 어머님의 과카몰레도 최고. 친구도 연인도 음식 취향이 비슷한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한국 가족도, 독일 가족도 입맛이 비슷해서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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