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독일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이를 다시 한번 짚고 전략을 수정한다

by mig

열심히 이력서를 뿌리겠다는 포부는 초반부터 깨졌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의 이전 경력과 역량에 맞는 회사와 직무만을 골라 신중하게 지원을 해야 했다. 매일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독일어 공부 조금, 영어 조금 (영어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으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보고 고치기 조금, 그리고 온갖 구인 플랫폼에서 구인 공고를 보는 것이 전부인 날이 이어졌다. 커다란 플랫폼 한 곳에서 여러 공고를 모아서 보여주면 얼마나 좋을까. 독일은 크고 회사는 많았으며, 그 회사들이 뽑는 자리들도 많았다. 다만 어느 회사가, 어느 자리가 나와 맞느냐의 문제다.


독일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첫 번째, 인맥이 아주 큰 작용을 한다는 것.

비타민 B. 집을 구하는 것이든, 일을 구하는 것이든 아주 큰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그것, 연줄. 물론 그 사실을 알기는 했지만 갑자기 어느 날 독일에 나타난 외국인인 나는 없는 인맥을 갑자기 만들어낼 수도 없었다. 지금은 코로나 시기라 경기가 좋지 않아 상황이 다르지만, 보통 학생들의 경우는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아우스빌둥을 하는 경우에는 아우스빌둥을 했던 곳에서 바로 첫 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독일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번째, 속도가 생명이라는 것.

이것은 내가 노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었다. 공고가 올라온 당일, 또는 늦어도 이틀 내에 빨리 지원하기. 시간이 많은 나는 처음 몇 주 간은 링크드인 LinkedIn, 씽 Xing, 몬스터 Monster 등등을 눈여겨보면서 내가 지원할 수 있을 것 같은 업계에 있는 회사들 이름을 알아갔다. 구직 공고 플랫폼은 정말로 많다. 신문사 홈페이지에도 있고, 구글 자체 플랫폼도 있다. 어느 정도 지원해볼 법하다 싶은 회사들 이름을 정리한 후에는 플랫폼을 건너뛰고 바로 그 회사의 채용 홈페이지 창을 열어놓은 뒤 매일매일 새로운 공고가 올라온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기본적인 자기소개서 Anschreiben 그리고 이력서 Lebenslauf는 완성해놓은 상태로, 그때그때 공고 내용에 맞춰 주요 키워드만 바꾸는 전략.


독일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 번째, 독일어.

이것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겠다.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 같은 국제적이고 큰 도시의 경우에는 독일어를 거의 하지 못해도 일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들었다. 뮌헨에서도 물론 영어만으로도 구직활동을 하고 일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주변 사례를 보니 뮌헨에서 영어만으로 취업을 하는 경우는 1. 전문성이 보장된 관리자급 경력직 2. 엔지니어/IT 등의 전문 인력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곧, 딱히 전문성이라고는 없는 문과 출신인 데다가 주니어/신입 단계로 일을 시작해야 하는 나에게는 거의 열린 문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

(물론 이 외에도 영어로 일을 하고 있는 지인들이 있지만,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운 사례들이다. 학생 때 이미 영어로 일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인턴을 시작해 그대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다. 이래저래 독일 취업이 목표라면 독일 유학을 하는 것이 많은 것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이 단계에서 나는 일단 독일어로만 지원을 하는 것으로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나의 당시 독일어 실력? 독일어 학원 네 달에 오리엔티어룽쿠어스 한 달 들었을 시기. DTZ B1 시험을 막 만점으로 통과해서 기분은 좋았지만 독일어 선생님 외에 실제 독일인과 독일어로 대화를 해 본적이 한 번도 없던 시기. 독일어를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해본 지 반년 정도 되었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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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패기 넘치게 독일어로만 구직을 하기로 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영어로만 일을 찾다가는 지원할만한 곳을 얼마나 찾을지도 의문이고, 뮌헨에서 영어로 일하고자 하는 온 사람들과 경쟁하기에는 3년이라는 경력 단절 기간, 나의 공백기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엑셀을 어떻게 쓰는지도 까먹어버린 것 같은 때였다. 그저 어디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 비로소 독일어가 늘 것 같았다. 구직 시기를 늦추고 독일어를 C1까지 공부하는 것이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중국에서 비슷한 상황에 있어본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때도 중국어 자격증도 없이 그냥 중국인들과 부대끼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인턴십에 지원해 중국 BMW에서 중국어로, 그곳에서도 유일한 외국인으로 일을 했었다. 그때의 나의 중국어 실력은 독일에서의 구직 당시 나의 독일어 실력보다도 처참했다. 하지만 부딪혀보았고, 좋은 경험의 기회를 얻었고, 중국어는 못하지만 나의 다른 역량을 활용해서도 팀에 도움이 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기회였다. (유일한 외국인 역할로 부문 전체 행사에서 영어 사회를 보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중국곡이 원곡인 번안곡을 한국어로 부르고, 엑셀과 SAP를 사용한 경험을 살려 이후 인턴들에게 줄 핸드북을 만들었고, 연간 회식에서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어 팀빌딩 이벤트 때 선보일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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